“검찰개혁 적임자”-“추미애 시즌2” 박범계 향한 두 시선

입력 2021-01-01 00:07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은 박 후보자가 ‘검찰 개혁 2.0’을 추진하며 그간 대립각을 세웠던 정부·여당과 검찰의 냉기류 해소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야당은 “형사피고인이 장관으로 임명된 전례가 없다”며 인사청문회 칼날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31일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여의도에는 민심이 있고, 서초동에는 법심(法心)이 있다”며 “민심에 부응하되 법심도 경청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찰청에 사무실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단의 기본 자세는 ‘겸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 설정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인사청문회장에서 말씀드리겠다”며 전날에 이어 이날도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박 후보자에 대해 “검찰 개혁 이해도가 가장 높은 후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박 후보자는 지난 20년 가까운 검찰 개혁의 역사를 가장 잘 알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 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후보를 장관으로 지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박 후보자가 취임하면 강경 일변도였던 전임 추미애 장관과 달리 ‘검찰 개혁 연착륙’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그동안 추 장관과 가까운 인사를 탐문할 정도로 정부·여당과의 소통 등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윤 총장이 국감에서 언급한 ‘대통령의 메신저’ 등 극소수 인사들이 검찰과 소통하기는 했지만 내밀한 얘기를 나누긴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과 사적 인연이 있는 박 후보자가 발탁된 건 ‘개혁은 하되 불협화음을 줄이고 연착륙을 해보자’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친문 성향이 강한 박 후보자의 운신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자칫 ‘추미애 장관 시즌2’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든다”며 “박 후보자가 그간 (의원으로서) 해온 말은 추 장관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박 후보자가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며 후보자 지명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불구속 기소된 여야 의원·당직자 37명 중 한 명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형사피고인인 박 후보자를 장관으로 지명했다”며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을 정면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박 후보자가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한 법무법인에 출자하고 소속 변호사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로펌의 매출이 어떻게, 얼마나 늘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민철 강준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