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선 매년 마지막날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타임스스퀘어 볼드롭’ 행사가 열린다. 볼드롭 행사는 원타임스스퀘어 빌딩 꼭대기에서 LED 조명으로 이뤄진 무게 5.4t의 대형 크리스털 볼을 천천히 떨어뜨리는 이벤트로 이 광경을 보기 위해 매년 수십만명이 모여든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1943년을 제외하면 이 행사는 취소된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과 TV 생중계로만 행사가 진행된다. 미리 초대받은 일선 의료진과 필수업종 근로자 등 최대 160명만 현장 참석이 허용됐다.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는 시청자들을 향해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를 부른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역주행한 곡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재유행과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분투하는 가운데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기념식이 대폭 축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들은 “2020년의 끝은 코로나19의 그림자 속에서 맞이하는 침묵의 송구영신”이라고 전했다.
호주도 새해맞이 운집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 모임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고 주요 명소 통제에 나섰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중계되는 시드니 하버 브리지 불꽃놀이는 취소됐다.
유럽에선 영국이 템스강 불꽃놀이를, 독일은 브란덴부르크문 거리 신년 축하행사를 취소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터키 등도 신년행사를 최소화한다. 한국도 67년 만에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취소하고 남산 팔각정 등 주요 해맞이 명소를 폐쇄한다.
여기에 더해 각국 정부는 새해맞이 모임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군병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단속에 나선다.
프랑스는 경찰관과 헌병 10만명을 투입해 송년 파티와 모임, 불꽃놀이 등을 막는다. 터키는 31일부터 나흘간 전국적인 봉쇄 조치를 하고 보안군을 동원해 호텔 등에서 몰래 열리는 사적 모임을 단속한다. 호주에서는 지역 경찰관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모임 제한 인원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모범방역국’ 뉴질랜드는 예년과 같이 새해를 맞이한다. 7주간의 봉쇄 끝에 코로나19 확산세를 완전히 억제하는 데 성공한 뉴질랜드는 곳곳에서 파티와 축제, 불꽃놀이 행사를 열며 송년을 기념할 계획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