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2년 연속 물가가 ‘0%대’ 상승했다. 석유류, 공공서비스 공급 가격 자체가 하락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된 결과다. 그런데도 집세와 농축수산물 가격만 껑충 뛰어 체감물가는 높았다.
통계청은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통해 2020년 물가는 전년 대비 0.5% 올랐다고 31일 밝혔다. 2019년(0.4%)에 이어 2년 연속 0%대 저물가다. 이는 1966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저물가는 공급부터 가격 상승을 억누르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7.3% 내려갔다.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도 공공서비스 가격 인상을 누르고 있다. 무상교육 확대와 통신비 지원 등 정부의 관리물가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가격은 전년 대비 1.9% 하락했다. 1985년 해당 부문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 측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업을 찾는 발길이 끊기면서 관련 개인서비스 가격이 1.2% 소폭 올랐다. 특히 외식비는 0.8% 상승했는데, 2000년(0.8%)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반영되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도 0.4%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2%)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면 부동산 시장 과열로 집세는 나홀로 0.2% 뛰었다. 2018년(0.6%) 이후 2년 만에 가장 컸다. 전세는 0.3%, 월세는 0.1% 상승했다. 역대 최장 기간 장마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도 6.7% 상승했는데, 증가 폭이 2011년(9.2%)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체감물가를 높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내려가면서 석유류 가격이 하락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외식이나 여가 등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폭이 제한됐다”며 “고교 납입금 지원 등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공공서비스 가격이 하락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