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부동산 민심이 수그러들 줄 모르자 더불어민주당에서 ‘공급 확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또 국회에서 통과시킨 부동산 3법이 올해에는 가시적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한 라디오에서 “집값이 오르는 게 결국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서울에도 당연히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 전에 도심 주택공급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민간의 공급도 늘리는 정책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최고위원은 “서울에 땅이 없다고 하는데 차량기지나 물류센터가 네 군데나 있다”며 “동부구치소 등을 이전하거나 지하화하면 많은 부지가 있다”고 공급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50점 이상 주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이른바 ‘30대 영끌’ 비하 발언 등 부동산과 관련한 정치권의 실언에 대한 자성도 나왔다. 박성민 최고위원은 “소위 ‘영끌’ 현상이 발생할 때 정치권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해결된다’고 이야기한 것은 현상의 본질이나 청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정부·여당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으며 “공급대책 같은 부분에서 확실한 시그널을 보여준다든지, 과감하게 청년들에게 우선순위를 통 크게 부여한다든지 이런 부분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민주당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유권자 1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9.9%, 국민의힘 지지율은 30.4%로 집계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차범위 내지만 4주 연속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검찰 개혁과 백신, 부동산 문제가 겹쳐 지지율이 좋지 않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30, 40대 지지층 이탈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부정적 여론이 빗발치는 ‘1가구 1주택법’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관련 입법도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법안 제출을 책임 있게 하도록 의원들에게 당부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여당은 공급 확대 카드와 함께 부동산 3법(종부세법·소득세법·법인세법)의 정책 효과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앞세우고 있다. 당 정책위원회 제3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용진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2021년은 부동산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해로 정책 효과가 가시적 성과로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고 의원은 “급속히 늘어난 세 부담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다주택자, 법인이 보유한 주택이 시장 매물로 나올 것”이라며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