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지구 공전에 따라 계절이 변하고 자전으로 낮밤이 바뀌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렇게 신축년에도 첫해가 떠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여느 때와 다르다. 지난 한 해 인류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아직 한창이다.
4인을 넘으면 친척 간 만남조차 가능하지 않다. 희망을 재충전하는 해맞이가 여의찮고, 카페에 앉아 차 한 잔 나눌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다. 오랜 영업 제한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거리에 가득하고, 없는 이들은 고스란히 찬바람을 맞고 있다.
여야 머리 맞대고 실용 정치 공간 만들어야
새해에도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극복이다. 신년 벽두 우리는 장밋빛 꿈을 꾸기보다 바이러스의 도전에 응전할 불퇴전의 각오 다지기를 요구받고 있다. 바이러스 퇴치는 생명과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문화, 삶을 지켜내는 일이다.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다. 감염을 일상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기필코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의 방역은 선방했으나 백신 확보에는 미진했다. K방역으로 버텨나갈 수 있다고 믿었으나 바이러스는 끈질겼다. 경제가 더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이 싸움을 끝내려면 신속히 백신을 도입하고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쳤지만 국민 각자가 방역 유지에 막바지 힘을 끌어모아야 한다. 공동체 정신 아래 똘똘 뭉쳐 서로 믿고 도와야 승리할 수 있다. 코로나가 퇴치된 이후 경제 활력을 신속히 되찾고 과잉 유동성을 관리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흐름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일도 정부와 민간 각 부문이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다.
정쟁 악화우려되는 재보선과 대선 전초전
진영 논리를 청산하고 진영 싸움을 극복하는 건 또 하나의 숙제다. 바이러스가 우리 신체를 침탈한다면 진영 논리는 건전한 사고를 붕괴시켜 민주주의를 뿌리째 뒤흔든다. 올해는 진영 대립의 양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이어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 본격화하면서 편 가르기 정치가 더 심화할 것이다. 국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내팽개치고 표만 노리는 인기영합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낭설과 궤변이 건전한 판단을 뒤덮으려 할 것이다.
조선 시대 당쟁을 연상시키는 망국적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대통령과 여당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삼아 일방통행식으로 힘만 휘두를 게 아니라 통합을 향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먼저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정 전환이 지향할 방향은 단연 민생이다.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보듬을 실용적 방안을 찾는 정치를 펴야 한다. 야당도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민생을 살피는 정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기를 국민이 고대하고 있다. 거짓 논리를 꿰뚫어보고 가짜 선지자들을 퇴출시키는 건 유권자들의 몫이다.
코로나19 지구전에 막바지 노력 집중해야
새해를 맞는 우리에게 북한 동포는 언제나 마음의 큰 그늘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 협상이 큰 성과 없이 끝났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정책은 보여주기 위한 성과나 속도보다 실질적 진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틀을 준비해야 할 때다. 북한 당국이 상황 변화에 비이성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제어하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 민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이끄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외교 정책을 가다듬는 것도 당면 과제다. 트럼프 때와 달리 동맹의 가치가 부활하면서 일본과 미국을 연결하는 삼각동맹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대화 단절 상황까지 이른 우리로서는 대일 외교 스탠스를 재조정해 관계 복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동맹을 저해하는 일본의 극우적 행태나 수출 규제 지속 등은 일본에도 부담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 사이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긴 터널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저 멀리 불빛조차 희미하다. 하지만 가장 어두운 때가 새벽이 가장 임박한 때다. 깊은 어둠 속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시 다잡고 새로운 대한민국, 평화로운 지구촌을 향한 꿈을 꿔야 할 새해 아침이다.
[사설] 망국적 진영 싸움 청산하고 민생에 온 힘 모으자
입력 2021-01-0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