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공급’ 변창흠 1호 정책 먹힐까… 시장은 “글쎄”

입력 2020-12-31 00:07

변창흠(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일성부터 ‘속도감 있는 공급’을 강조했다. 취임 한 달도 안 된 설 연휴 시점에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 방안 발표를 공언하면서 평소 그가 언급했던 역세권 고밀 개발과 준공업지역 개발, 저층 주거지에 대한 중층 고밀 개발 등의 공급이 ‘변창흠표 1호 정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시장에서는 변 장관이 개발이익 환수의 기존 규제 위주 정책노선 유지 의사를 표명한 점 때문에 변 장관이 밝힌 공급 구상이 실제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변 장관이 지난 29일 취임사에서 언급한 역세권 고밀 개발은 서울시내 307개 지하철역 인근 500m 이내 토지에 대해 용적률을 현행 160%에서 300% 수준으로 배 가까이 높여 주상복합 등을 짓고 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이런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30일 “용적률을 높여주면 땅값도 오를 것이기 때문에 토지 소유주들이 일단은 긍정적일 것”이라며 “개발이익 환수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공급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로 확장이나 건폐율 축소를 통한 녹지 조성 등이 없으면 난개발로 인해 인근 지역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준공업지역 개발은 이미 국토부가 지난 5월부터 서울시와 협의해 추진해온 정책이다. 서울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강서구·양천구·도봉구 등에 산재한 준공업지역에서 주상복합이나 주택을 지어 공급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준공업지역은 최대 용적률이 400%로 일반 주거지역(250%)보다 높아서 수익성이 있고 입지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 뜯어보면 주택용지가 넉넉지 않고 폐공장 등이 많아 정주 여건이 좋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준공업지역 대부분이 사유지라 토지 소유주에게 개발이익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텐데 정부가 개발이익 환수를 강조하고 있어 잘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층 주거지 중층 고밀 개발 구상 역시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많은 서울 특성상 성공만 하면 시장 호응도가 높은 아파트 공급도 늘릴 수 있지만, 땅 주인들에 대한 인센티브와 개발이익 환수 사이 적절한 균형이 이뤄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장관의 공급 대책이 아무리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 최소 4~5년은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 서울과 수도권의 입주 물량 급감에 ‘즉효 약’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은 통계 표본 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개선 방안을 이날 공개했다. 현재 9400가구 수준인 주간 아파트가격 조사의 표본을 3만2000가구로 3.4배 늘리고, 월간 아파트가격 조사 표본도 1만7190가구에서 3만5000가구로 확대한다. 또 민간 부동산 통계 작성기관과 주택·통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주택 통계 지수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주택 통계에 대한 검증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동산 통계 개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이택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