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남인순 의원이 박원순 피소 사실 서울시에 알렸다”

입력 2020-12-31 04:06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박 전 시장이 여성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를 거쳐 피소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 전 시장은 피소 가능성을 알고 하루 뒤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 4개월여 만에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된 청와대와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며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로 고발된 청와대와 경찰, 검찰 관계자들에 대해 증거 없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시장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피소 사실 유출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8월 대검찰청으로부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송부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피소 가능성은 피해자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 대표, 남 의원을 거쳐 임 특보에게 전달됐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7일 고소장 제출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면담한 뒤 여성단체 대표 A씨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 내용은 A싸를 통해 또 다른 여성단체 대표 B씨, 남 의원을 거쳐 임 특보에게 전해졌다.

피소 가능성을 전해들은 박 전 시장은 7월 8일 임 특보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날 오전엔 비서실장에게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다. 그쪽에서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며 대응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몇 시간 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등의 메시지를 남긴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박 전 시장과 임 특보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와 참고인 50여명에 대한 조사를 종합해 피소 사실이 청와대나 검찰, 경찰에 흘러간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남 의원과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피소 가능성을 알린 행위에 대해선 사적으로 취득한 정보여서 사법처리가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