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에도 전 산업 생산이 증가했다. 서비스업과 상품 구매가 줄어들면서 소상공인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반도체 관련 산업만 나홀로 상승한 결과다.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개운치 않은 양극화 현상을 안겨주고 있다.
통계청은 ‘11월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지난달 전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7%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달(-0.1%) 대비 상승 전환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11월 중순부터 발생했다는 점에서 감염병 충격에도 경제가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영끌’과 반도체 힘이 컸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은 대면 서비스업 침체에도 전월 대비 0.7% 늘었다. 코로나19로 숙박음식점 생산은 2.7% 감소했으나 금융·보험업은 4.6% 크게 늘었다. 금융·보험업은 대출을 해서라도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한 사람이 많아 생산이 증가했다. 증가율이 2012년 2월(5.0%) 이후 8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자영업자 등 내수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사실상 ‘영끌’ 때문에 전체 서비스업 생산이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광공업 생산도 반도체 수출 덕분에 0.3%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설비투자 또한 3.6% 늘었다. 반도체 수출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반면 상품 소비는 서비스업과 마찬가지로 추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줄며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탓으로 겨울을 앞두고 의복 등 준내구재(-6.9%)에도 지갑을 열지 않았다. 승용차 등 내구재(-0.4%) 판매도 줄었다.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나타내는 경기지표는 모두 긍정 신호를 보였다. 전월 대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7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12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대에 달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불확실성과 양극화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면 서비스업 부진에도 주식 거래 등과 반도체 수출이 전 산업 생산을 견인했다”며 “경기지표는 정상적인 경제 상황이 아닌 까닭에 예측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11월은 수출 개선, 기저 영향 등으로 생산·지표가 증가했으나 12월은 거리두기 격상으로 내수에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상황이 좋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