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열이 형! 의로운 검사’ 칭송했던 박범계, 검찰개혁 총대멨다

입력 2020-12-31 04:05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기에 앞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김지훈 기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박 후보자는 7년 전 소셜미디어에서 윤 총장을 ‘석열이 형’이라고 부르며 “의로운 검사”라고 칭송해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몰아붙이며 윤 총장과 대립각을 이뤘다.

정부·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총대를 메게 된 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와 검찰이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제게 준 지침”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에 대해선 “검찰 개혁 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행정도 민생에 힘이 돼야 한다. 청문회 준비를 잘 하겠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윤 총장과의 향후 관계 설정을 묻자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 시기에 할 일이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며 “박 후보자의 장점과 특징이 있는데, 인사권자(대통령)가 그것을 감안한 것 같다”고 했다.

1963년생인 박 후보자는 서울·대전지법 판사를 거쳐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19대 총선 이후 대전 서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국회 법사위 간사와 사법개혁특위 활동도 했다.

박 후보자는 나이가 3살 많은 윤 총장과 인연, 악연을 거듭해 왔다. 그는 2013년 윤 총장이 박근혜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다 윤 총장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이 되자 “그(윤석열)가 돌아온다. 복수가 아닌 정의의 칼을 들고”라며 환영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윤 후보자가 국민에 충성하는 검찰 조직으로 잘 이끌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자 박 후보자의 기류는 달라졌다. 지난 10월 법사위 국감에서 윤 총장과 만난 그는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윤 총장은 “과거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며 맞받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 총장과의 관계와 ‘실언 논란’ 등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11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의원님,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해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자 사과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향해 ‘살려 달라 해 보라’던 이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다니 경악스럽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조국, 추미애로도 모자라 ‘친문 핵심 법무부 장관’, 이것이 그렇게 외쳐대는 검찰 개혁 시즌2냐”고 비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