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대게·과메기의 명소, 경북 포항 구룡포가 갑작스레 번진 소주방 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해맞이 행사가 취소되고 특별행정명령이 내려져 대게 오징어잡이 어선까지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30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남구 구룡포읍 주민 7600여명 중 7000여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확진자는 31명이 나왔다.
첫 확진자는 지난 24일 발생했다. 구룡포의 한 소주방 주인이 확진된 뒤 감염자가 연달아 속출, 다방과 다른 주점 등을 통해 어선 선원들까지 걷잡을수 없이 번졌다. 25일 2명, 26일 4명, 27일 10명, 28일 10명, 29일에도 4명 발생했다.
포항시와 방역당국은 좁은 지역사회에서 식당이나 다방, 주점 등을 중심으로 대면 접촉이 빈번하고 관광객이 몰려 일주일 사이에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룡포에는 30곳이 넘는 다방이 있는데 이들 업소 대부분이 ‘티겟 영업’을 하고 있어 감염의 매개체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와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최초 확진자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포항시는 지난 26일 구룡포지역에 대해 특별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출항 중인 어선도 30일 자정까지 조기 입항하도록 했다.
동해안 최대 어업기지인 구룡포는 대게와 오징어잡이를 위해 출항했던 어선 135척 중 지난 29일까지 117척이 입항해 검사를 받았다. 선원 700여명이 검사를 받으면 확진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오징어채낚기 선박의 선장은 “일주일간 동해상에서 조업하려고 출항했다가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피해를 감수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겨울 한 철 특수를 기대하던 대게와 과메기 생산·판매상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구룡포읍에 마련된 과메기상설판매장은 일찌감치 모두 문을 닫았다. 포항은 구룡포·장기면·호미곶면·동해면 등 과메기산업특구에 과메기 가공업체 180여곳 15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대게와 과메기를 판매하던 재래시장과 식당가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구룡포 코로나로 난리라는데 과메기는 먹어도 괜찮을까요” “이미 시켰는데 취소해야겠다” 등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구룡포에서 과메기 덕장을 운영하는 A씨(53)는 “코로나 소식에 주문취소 문의 전화는 물론 예년보다 주문량도 줄었다”면서 “겨울 과메기 장사로 1년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올해는 망한 것 같다”고 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