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 적격성 스스로 입증하라

입력 2020-12-31 04:03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초대 처장 후보자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가운데 판사 출신을 낙점한 것은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여야 정치권에 비교적 중립적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했고 아직까지는 도덕적으로 큰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공수처장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을 비롯해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무원, 판사와 검사, 시·도지사와 교육감 등 국가 고위직의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하고 일부는 기소하는 기관인데 김 후보자는 수사 경험이 부족하다. 변호사 시절인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것이 전부다. 초대 처장은 신생 조직을 안착시키기 위한 조직 관리 능력도 필요한데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도 거의 없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우려들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고위 공직자들은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부패하면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폐해가 일반 시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들의 범죄와 비리를 엄단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를 높여야 할 막중한 책임이 공수처에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여야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을 지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야권은 공수처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차단하는 ‘정권사수처’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으면 공수처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게 되고 수사의 신뢰성이 허물어져 존립 근거를 잃게 될 것이다.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독립된 수사기구다.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강단 있게 수사해야 한다. 김 후보자가 그런 공수처를 이끌 적임자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