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벼의 사막 재배 실험이 ‘시즌3’에 돌입한다. 내년에는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 번째 실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배에 필요한 물 공급량을 절반 이상 줄였을 때 가장 적합한 재배 시기를 찾아내고 이모작이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도 병행한다. 사막에서 한국산 쌀을 재배하는 실험의 완결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막형 스마트팜 패키지 기술 개발’ 사업에 올해(7억원)보다 배 이상 늘어난 16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예산은 국토의 97%가 사막 지대인 UAE에서 한국산 벼를 재배하는 실증 사업에 투입된다. 고온으로 작물 재배가 어려운 5~8월을 피해 내년 하반기쯤 파종할 예정이다. 생육 기간을 고려했을 때 2022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실증 작업의 성공이 영향을 미쳤다. 농진청은 지난해 11월 UAE 샤르자 지방의 알 다이드(Al Dhaid) 일대 부지에 한국산 벼 품종인 아세미 등을 파종했다. 모래를 40㎝ 퍼낸 뒤 방수 부직포를 깔고 모래를 다시 덮는 식으로 사막형 논을 일궜다. 약산성인 한국 토양과는 다른 알칼리성 모래 토양에서 수행한 첫 실험이었다(국민일보 2020년 1월 2일자 1·3면 참조).
재배 과정에서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 현상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고무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75㎝ 키에 포기당 평균 25개의 이삭이 맺혔다. 한국 동일 면적에서 같은 품종을 심었을 때보다 생산량이 1.5배 정도 늘었다.
담수가 부족한 UAE의 특성을 고려해 두 번째 실증 작업은 물 사용량을 조절하는 ‘관개’에 초점을 맞췄다. 첫 실증보다 50~70% 정도 물 공급량을 줄이는 공법으로 지난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파종을 마쳤다. 공법을 바꾸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생육 불량 현상이 나타나 관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이 문제도 현재는 일정 부분 해결된 상태다. 지난 17일 작성된 ‘UAE 사막 벼 재배 생육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파종 방식에 따라 최대 80% 정도의 벼가 양호한 상태로 생육 중이다.
두 번의 실증 결과를 토대로 한 내년도 실증 사업은 ‘종합 실증’으로 볼 수 있다. 한국산 벼 품종을 중심으로 ‘작부 체계’를 수립하는 과제를 추진한다. 작부 체계란 1년에 벼를 두 번 심거나 다른 작물과 번갈아 재배하는 이모작 등의 체계를 일컫는 용어다. 연중 UAE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일종의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생산의 뼈대라 할 수 있는 토양·물 관리 기술 개발도 진행한다. 지속가능한 농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의 정강호 박사는 “적은 양의 물로 가장 적합한 벼 생육 시기를 찾는 게 과제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