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전 장관을 보내고 변창흠 신임 장관을 맞이한 국토교통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국토부를 담당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발(發)로 3기 신도시 교통 대책이 국토부 공식 발표에 앞서 먼저 공개되고, 신임 장관 임명 과정에서도 청와대로부터 임명 재가 시점에 대한 언질을 미리 받지 못하는 등 곳곳에서 ‘국토부 패싱’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9일 남양주 왕숙신도시와 고양 창릉신도시 등 3기 신도시 일부 지역에 대한 교통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 강동구까지 이어진 지하철 9호선을 경기도 하남과 남양주까지 연장하고, 고양시와 서울 은평구를 연결하는 도시철도 고양선을 신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역도 설치된다.
그러나 오전 11시 국토부 공식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6시부터 일부 언론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진선미 의원을 인용해 강동구에서 남양주까지 이어지는 9호선 연장사업이 추진된다고 보도했다. 진 의원은 서울 강동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다. 진 의원 측은 “국토부 발표 시점에 맞춰 관련 소식을 발표하려 했는데, 일부 언론이 엠바고(보도유예)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토교통위원장이 국토부 정책 발표를 김새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의 이임식을 두고도 혼선이 이어졌다. 변 장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재가가 발표되기 전인 28일 오후 5시5분에 국토부는 김 전 장관의 이임사를 배포했다. 후임 장관이 임명장을 받기 전에 현직 장관이 이임식을 여는 건 이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변 장관에 대한 임명장이 언제 나올지 우리도 연락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김 전 장관 이임사가 배포되고 논란이 벌어지자 그때서야 “문 대통령이 오후 5시23분경 변 장관 임명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장관 임명 시점조차 사전에 공유되지 않을 정도로 청와대가 부처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실세 장관이 떠나자마자 청와대나 국회 앞에 ‘동네북’인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