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생계형 중심 3024명 특별 사면… 정치인·선거사범 제외

입력 2020-12-30 04:0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기에 앞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서민생계형 형사범 및 특별배려 수형자 등 302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4번째 특별사면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정부가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생계형 범죄자와 제주해군기지·사드배치 사건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 사범 등 총 3024명을 특별사면한다고 29일 밝혔다. 현 정부에서 단행하는 네 번째 특사다. 운전면허와 어업면허 행정제재를 받은 111만여명은 벌점 삭제 등의 조처로 특별감면된다. 시행일은 31일 0시다. 정치인과 선거사범은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이번 사면이 코로나19로 악화된 민생 경제를 회복하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민생 및 경제 활동, 서민층 배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면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었거나 채무가 누적돼 경제범죄를 저지른 중소기업인과 소규모 자영업자 52명이 포함됐다.

중증 질병을 앓는 수형자나 장애 수형자, 양육을 해야 하는 여성 등 특별배려 수형자 25명도 대상자로 선정됐다. 살인·강도를 저지른 강력범죄자와 공직부패·성폭력·음주운전·보이스피싱 등에 연루된 중대범죄자는 배제됐다.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됐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정치인과 선거사범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민생 사면의 취지를 고려해 애초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제주 해군기지 사드배치 관련 시위사범 26명은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 사회적 갈등 사범은 문재인정부가 4차례 단행한 특사에서 모두 사면 대상에 올랐다.

2017년 첫 사면 때는 용산 참사 때 유죄를 선고받은 철거민 25명이 사면됐다. 지난해 3·1절 특사 때는 광우병·사드 등 7대 집회 참가자들이 사면됐다. 3번째 사면 때는 세월호와 사드 배치 반대집회 관련 시위 사범들이 사면됐다.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11만9608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함께 시행됐다.

다만 음주운전자와 교통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통사고 뺑소니, 보복운전, 약물사용 운전, 무면허 운전 등 중대 위반행위자도 배제됐다.

이번 특사는 5대 중대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원칙이 지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을 5대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번째 사면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범여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비판을 받았다.

정치인과 선거사범이 제외된 이번 사면에 대해서도 검찰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제시된다. 수사와 판결을 거쳐 이뤄진 사법작용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면이 연례 행사여서는 안 된다”며 “죄 짓지 않은 이들과의 평등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구승은 나성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