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구치소서 첫 사망자… 초기 관리 실패가 대량 확진 불렀다

입력 2020-12-30 04:03
서울동부구치소의 한 수용자가 29일 취재진을 향해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의 내부 상황을 알리는 종이를 내보이고 있다. 동부구치소에서는 7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연합뉴스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의 30%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법무부와 방역 당국이 국가 관리시설의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전수검사가 늦은 이유를 두고선 법무부와 서울시 간 책임공방도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수용자가 처음으로 사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9일 동부구치소 내 첫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 10일 만에 현장 점검에 나섰다. 추 장관은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분리수용을 강조했다. 또 비확진자의 타 기관 분산수용, 모범수형자 가석방 확대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일각에선 ‘뒷북 점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날까지 동부구치소에서 서울남부교도소 등으로 이동한 수용자 중 17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번 이상 음성판정을 받은 수용자들이 이동했는데도 감염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했다.

구치소 내 감염이 일파만파 확산된 데는 과밀 수용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초기 관리 실패가 실책으로 지적된다.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논란도 발생했다. 동부구치소에서는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최초 확진됐다. 이후 지난 12일까지 직원 11명이 확진됐고 지난 14일 수용자 1명이 처음 확진됐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가 수용자 전수검사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와 송파구에서 ‘전수검사는 큰 의미가 없고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자체 예산으로 검사를 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결국 첫 수용자 전수검사는 지난 18일 실시됐다. 법무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전수검사가 늦게 실시된 이유도 확인 중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초기에 직원 위주로 환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참고자료를 내고 “책임을 떠넘기는 법무부 태도에 유감”이라며 “전수검사는 법무부, 서울시 등 4개 기관이 협의해 결정한 것이고 서울시가 독단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구체적인 감염경로도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구치소 직원에 의한 확산보다는 무증상 신입 수용자에 의한 감염확산에 무게를 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 25일 현장방문에서 이런 의견을 냈다. 방대본은 “신입 수용자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제기돼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만약 신입 수용자가 아닌 구치소 직원에 의해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법무부의 관리 소홀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직원이 처음 확진판정을 받은 지 3일 후에야 교정시설 방역강화를 지시했다. 직원은 모임이나 회식 참석을 금지하고 수용자에게 KF80 이상 마스크 구매를 허용하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법무부는 마스크를 전국 수용자 전원에게 지급하기에는 예산 부족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 중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형집행정지로 출소했던 윤창열(66)씨가 지난 27일 새벽 사망했다. 3000억원대 분양 사기 사건인 ‘굿모닝 시티 분양사기’ 주범인 윤씨는 출소 후 또 다른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었다. 윤씨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 중이었고 만성신부전,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나성원 오주환 송경모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