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31일까지 1주일 동안 휴가를 냈지만 하루도 서울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행은커녕 근교로 외출하는 것조차 마땅치 않아 결국 전부터 눈여겨봤던 ‘서울 맛집투어’에 연말 휴가를 사용하기로 했다.
김씨는 29일 “예전 같으면 무조건 해외여행을 가거나 하다못해 부산이라도 갔을 텐데, 올겨울에는 긴 휴가가 생겼지만 서울 밖을 나설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벼르던 맛집을 몇 군데 찾아갔지만 ‘이 난국에 어딜 돌아다니느냐’고 할까봐 SNS에 사진 한 장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내내 이어지면서 밀린 휴가를 연말에 몰아 보내는 직장인이 많다. 하지만 이달 들어 최악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벌어지면서 연휴다운 연휴를 보낼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년과 달리 모임이나 여행 등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도 근심이 가득하다.
매년 연말연시를 지방의 본가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왔던 공무원 A씨(30·여)도 올해는 귀성 계획을 취소하고 서울 자취방에만 머무르기로 했다. A씨는 “코로나19 감염이 워낙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공무원 사회에는 사실상 ‘이동금지령’이 내려졌다”며 “연말에 남은 연차를 반강제적으로 소진하느라 4일이나 되는 긴 휴가가 생겼는데 막상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감이 안 온다”고 토로했다.
연말 휴가를 홀로 보내며 우울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자취를 시작한 직장인 박모(30·여)씨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 해외여행을 가려고 휴가를 모아 놓았는데, 결국 연말에 몰아서 쓰게 됐다. 박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위험할 것 같아 근교 여행도 포기했다”며 “결국 친구들과 화상회의 앱으로 각자 집에서 ‘혼술’ 파티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특수가 사라진 자영업자 역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강모(30)씨는 “예년 같으면 연말 모임이나 행사 예약이 가득 찼을 시즌인데 올해는 예약 문의조차 없다”며 “올초부터 코로나19 때문에 매출 축소를 장기간 겪었는데 연말인데도 달라진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B씨도 “올해는 1년 내내 숙박 예약이 반토막 난 채 간신히 버텼다”며 “연말이 돼도 모임이나 숙박 예약이 거의 없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