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A씨(27·여)는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큰 고통을 받았다. 이달 초 음식점에서 ‘오후 9시 이후 매장 취식 금지’ 조치가 시행된 후 거의 매일 윗집 주민이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술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A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우르르 몰려와 쿵쾅대 살 수가 없었다”며 “112에 신고해 경찰이 왔다 간 후에도 술에 취해 창밖으로 소리를 지르곤 했다”고 전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집주인에게 전화해 ‘더 이상 못살겠다’고 항의했다.
결국 집주인이 찾아와 윗집에 주의를 줬지만 이후 ‘보복 소음’이 시작됐다. 윗집 주민과 지인들이 주기적으로 무언가로 방바닥을 내리 찍는 행위를 나흘 동안 계속했던 것이다. 집주인이 알아보니 이들은 집안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보드 날로 바닥을 내리쳤다고 한다. A씨는 “윗집 사람이 퇴거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되긴 했지만 요즘은 보복이 두려워 택배도 남자 이름으로 주문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 강화로 ‘집콕족’이 늘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일상을 집에서 해결하면서 크고 작은 소음이 이웃 간 불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만60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3000여건)보다 51%가량 증가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모(36·여)씨 부부는 지난달부터 집에서 하루 종일 음악을 틀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윗집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게 일상이 됐다. 김씨는 “낮 시간엔 기본이고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놔 거실 벽이 밤새 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집에서 담배도 피우는지 화장실과 베란다를 타고 오는 냄새 때문에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다른 집 주민이 그 집을 찾아가 문을 발로 차는 등 소동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며 “‘층간소음 칼부림’이 이래서 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층간소음 노이로제’에 걸린 탓인지 소음이 전혀 나지 않을 때도 이웃이 찾아와 항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수도권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최모(41·여)씨는 요즘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뛴다. 올해 내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이 학교에도 어린이집에도 못 가고 집에만 있으니 최근엔 아이들이 자거나 앉아서 책을 읽고 있을 때도 아랫집 주민이 찾아온다고 한다.
최씨는 “아랫집 사람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 같은데 최근엔 한낮에도 두세 번씩 찾아올 때가 있다”며 “층간소음으로 살인도 벌어진다는데 남편이 일 나가고 아이들과 있을 때 찾아오면 너무나 무섭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세 아이를 묶어둘 수도 없고 밖에 내보낼 수도 없어 결국 300만원을 들여 삼중 매트를 깔았는데 아랫집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미칠 지경”이라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