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케이크’ 나누며 지역사회 섬긴다

입력 2020-12-30 03:07
지용원 한가람교회 목사(오른쪽 네 번째)와 증평군청 이태희 사회복지과장(가운데), 교회 성도들이 지난 23일 충북군청 앞에서 케이크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가람교회 제공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케이크를 만들어 나눈 작은 교회가 있다. 충북 증평 한가람교회(지용원 목사)는 지난 23일 지역사회의 어려운 가정과 해외 이주민 가정에 담임목사와 성도들이 직접 만든 성탄 케이크 154상자를 전달했다.

2018년 개척한 교회는 ‘작은 이들의 벗이 되는 교회’를 비전으로 삼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 왔다. 코로나19 이전엔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보쌈과 족발을 삶아 무료로 제공했다. 지난해부턴 성탄절마다 케이크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누고 있다.

지용원 목사는 개척 전에 경기도 용인 한가람교회(문규홍 목사)에서 부교역자로 있을 때부터 청년과 아이들이 모은 사랑의 저금통으로 이웃에게 케이크나 빵, 음식 나눔을 실천했다. 10년 전 한 지역센터에 케이크를 전해주고 돌아오던 길에 허름한 행색의 모녀가 케이크를 받으러 가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곤 이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 여겼다. 이후 지금까지 케이크 나눔을 이어왔다.

보쌈·족발 삶기와 제과제빵은 지 목사가 10여년간 이중직을 하며 배운 기술이다. 이중직 목회는 지역사회 섬김과 목회를 함께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지 목사는 지금도 매주 아파트 임시매장에서 족발과 빵을 팔면서 목회한다.

그는 “하나님께서 작은 교회도 어려운 이웃을 건강하게 섬길 수 있도록 기술을 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지역에 노인 성도들이 많다 보니 다들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데도 하나님께서 늘 채워주신 덕분에 지역사회를 섬기며 목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지역사회의 어려운 가정과 이주민 가정을 위해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서 나눴다. 사진은 케이크에 장식을 하는 성도들 모습. 한가람교회 제공

대부분 60대 이상인 10명 안팎의 성도들은 교회의 비전에 공감해 나눔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지 목사와 성도들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재료를 사고 꼬박 이틀 동안 케이크를 만들었다. 부교역자 시절 함께했던 청년들도 후원을 통해 교회를 도왔다. 지 목사가 케이크 시트를 굽고 생크림을 만들어 바르면 성도들이 과일 장식과 포장을 도왔다.

이렇게 만든 케이크 중 104상자는 저소득층 아동을 지원하는 증평군 드림스타트를 통해 어려운 가정에, 나머지 50상자는 이주민 가정에 전달됐다. 교회는 매년 케이크 나눔을 이어가면서 어린이날 빵 나눔 등 지역사회를 섬기는 방법을 찾아갈 예정이다.

지 목사는 “케이크를 받은 한 가정에서 교회로 전화해 ‘재료도 신선하고 맛도 좋아서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해서 저와 성도들 모두 큰 위로를 받았다”며 “작은 교회지만 예수님이 하셨듯이 작은 이들을 섬기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의 사명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