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 없이 즐기는 볼링… 핀 쓰러지는 소리 그리워”

입력 2020-12-30 04:02
대한볼링협회 한국시니어볼링연맹 산하 지역 동호회인 서울동부시니어클럽 회원 강순모씨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건물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1995년 6월 설립된 한국시니어볼링연맹은 전국에 20여개 지역 클럽을 지낸 생활체육 모임 연합체다. 김지훈 기자

볼링 구력 26년의 강순모(72) 씨는 오늘도 시원하게 볼링핀 쓰러지는 소리가 그립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건물에서 만난 그는 대한볼링협회 산하 지역 동호회인 서울동부시니어클럽 회원이다. 2주에 한 번씩 모이던 클럽 모임이 멈춘 지는 그새 두 달이 지났다. 40대 시절 늦게 볼링공을 잡은 강씨지만 볼링은 이미 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볼링은 그에게 단순한 운동 거리일 뿐 아니라 사람들과 만나는 통로이기도 했다. 다른 취미로 그는 비행기 프라모델 조립을 즐기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레인 위 공을 굴려 스트라이크를 맞춰내는 쾌감과는 종류가 다르다.

젊은 시절 산업화 붐으로 생긴 ‘오파상’(산업 기술·기계 중개상)에서 해외를 오가며 일한 강씨는 당시 드물게 사내에 있던 동호회에서 처음 볼링을 본격적으로 접했다. 서울에서도 명동이나 충무로, 퇴계로 정도에 볼링장이 드물게 있던 시절이었다. 단체로도 즐길 수 있고, 또 혼자서도 레인에서 집중해 할 수 있는 볼링의 매력에 푹 빠졌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그는 아내와 매일 같이 볼링장에 나왔다. 그가 볼링을 접한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며 전국적으로 볼링붐이 일었고 우후죽순 볼링장이 생겼다.

그는 젊은 시절 해외를 자주 오가며 익힌 외국어 덕에 운영진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선수단을 인솔하는 일이 많았다. 2년 주기로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시니어 볼링대회가 주된 무대였다. 아무래도 가장 큰 맞수는 이웃 일본이다. 강씨는 “우리 선수 중 실력있는 사람 하나가 대회 규정상 금지된 담배를 대회 중 피다가 일본 사람의 신고로 몰수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면서 “나중에 일본 선수 중에서도 하나가 예선전 1등을 한 다음에 담배를 피는 걸 우리와 호주 선수들이 함께 발견하고 신고해 몰수패를 시켜 앙갚음을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양 팀 사이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걸 보여주는 일화다.

전국 20여개 시니어 볼링클럽은 만 50세부터 정식 가입하지만 그 전부터도 준회원 자격으로 활동할 수 있다. 40대 회원도 종종 있지만 강씨의 클럽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은 85세에 이른다. 볼링 자체가 나이 제약이 적어 어린이부터 젊은이, 노인까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그와 함께 볼링을 해온 이들은 또래보다 좋은 근력과 균형감각,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 강씨는 “4~5년 전부터는 젊은층을 주로 겨냥한 ‘락 볼링장’ 열풍이 불어 볼링 인구가 늘어났다”면서 “하락세던 볼링 인구가 덕분에 다시 늘어나 기뻤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추세가 꺾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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