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국가 행정 무능함 드러내

입력 2020-12-30 04:01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는 정부의 방역 행정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9일 오후 5시 기준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감염자는 또 추가돼 총 762명이다. 전체 수용자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 코로나 발생 이후 단일 시설 내 최다 규모 감염이다. 무더기 확진에 이어 결국 사망자까지 나왔다. 구치소 수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한 남성이 외부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 설상가상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80여명이 이달 중순 서울북부·동부지법에 출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치소발 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정부의 발표에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다.

동부구치소는 12층짜리 건물 5개가 연결된 아파트형 구조다. 운동장에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일반 교정 시설과는 달리 실내 활동만 가능해 감염에 취약하다. 적정 인원보다 더 많이 모여 있는 과밀 수용 상태였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법무부의 초동 대응 실패에 있다. 초기에 분산 수용과 전수검사를 확실하게 하지 않아 일을 키웠다. 이곳에선 지난달 27일 직원이 처음 확진된 데 이어 이달 5일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그런데도 첫 전수검사는 지난 18일에야 이뤄졌다. 추가 확진자가 나왔을 때 수용자들을 직접 접촉자, 간접 접촉자, 비접촉자로 나눠 격리하고, 확진자는 다른 수용시설로 옮겨야 했지만 그조차 안 됐다. 첫 확진자 발생 전에는 수용자들에게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망자가 나오는 등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자 어제 처음으로 동부구치소를 찾았다.

많은 사람이 단체생활을 하는 교도소나 군대는 구조적으로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곳이다. 그런데도 당연히 작동해야 할 정부의 방역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 수감자들이 사회적 주목도가 낮은 이들이라 정부의 관심이 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능했거나 무책임했던 것이다. 이래서야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국민은 몇 달째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악의 방역 실패 사례가 국가 관리 시설에서 나왔다니 개탄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