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징계 실패했다고 화풀이 법안 쏟아내는 여당

입력 2020-12-30 04:01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 결정으로 무산된 뒤 여당 의원들이 검찰에 보복하거나 화풀이하는 성격의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윤 총장을 탄핵하자는 주장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모두 감정적인 대응이다. 자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은 29일 수사권과 독점적 기소권을 보유한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과 공소유지권만 갖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된다.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이 새로운 제도가 가동되기도 전에 이걸 뛰어넘는 법안이 민주당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만든 뒤 뜻대로 시행되지 않자 법을 뜯어고쳐 야당의 비토권을 없앤 것을 연상케 한다.

당초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려던 민주당은 윤 총장 징계에 실패한 뒤 정권 임기 내에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이날 당 검찰개혁특위 첫 회의에서도 윤호중 위원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검찰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생의 어려움은 아랑곳없이 ‘검찰 힘 빼기’에만 달려드는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널리 공감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날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집행정지 신청이 본안소송의 실익을 해치는 경우 신청을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윤석열방지법안’을 발의했다. 집행정지는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와 긴급한 필요성이 있을 때 본안소송 판결에 앞서 집행을 멈추게 하는 결정이다. 한 사람에 대한 감정 때문에 멀쩡한 기존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법안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입법권 남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