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민생 챙기기, 보여주기식 아닌 진정성 동반돼야

입력 2020-12-30 04:00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들어 민생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 지원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에겐 한시가 급한 만큼 내년 초부터 신속하게 지원금을 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냈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후엔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CEO와 화상 통화를 해 코로나19 백신을 추가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하다. 그간 여권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 논쟁적 정치 이슈에 집중하면서 소모적 갈등을 유발했다. 개혁의 명분 아래 의회에서 독주를 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이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져 갑갑증을 부채질했고 국민의 민생 갈급증을 증폭시켰다.

사법부가 윤 총장 징계 정지를 결정한 직후 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이어 코로나19 피해 지원책과 백신 확보 등 주요 민생 현안의 최전선에 등장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생 우선으로의 국정 대전환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현실 인식이 일반과 괴리가 작지 않은 점은 심각한 문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백신 확보가 늦어져 경제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내년 상반기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해 가장 빠른 반등을 이룰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되풀이했다. 전날에도 “우리나라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일각에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민생의 핵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국민과 호흡을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 근거를 둬야 하며, 일회성 보여주기가 아니라 기필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동반돼야 한다.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에 백신 생산국이 먼저 접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는 것은 불신만 부추길 뿐이다. 조만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이 예정된 만큼 문 대통령은 분위기를 일신해 새해부터는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