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마지막 5분

입력 2020-12-30 03:04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몇몇 친구들과 학교 도서실에 남았다가 늦은 밤에 돌아오고는 했습니다. 한번은 친구가 물었습니다. 죽기 5분 전 회개해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말이지요. 강도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그렇게 물은 이유를 되물었을 때 친구가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미션스쿨에 다니며 성경을 배워보니 말씀대로 사는 것은 너무 어렵고 부자유스러울 것 같다. 그러니 내 마음대로 살다가 죽기 5분 전 회개해서 천국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친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를 다시 만나면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죽기 5분 전에 회개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문제는 마지막 5분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 5분을 내가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분명 어리석고도 위험한 일입니다.

세밑의 시간, 다시 한번 시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돌아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