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란에 급했나… 與, 야당 동의없이 26명째 ‘속전속결’

입력 2020-12-29 04:02
문재인대통령으로부터 28일 임명 재가를 받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이날 저녁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해 퇴근길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2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부동산 대란에 대한 여권의 조급증과 고갈된 인재풀, 야당을 협의 대상이 아닌 걸림돌로 보는 인식이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야당은 변 후보자에 대한 검찰 고발 방침을 밝혔다.

국회 국토위에선 이날 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마저 부당하다고 항의했으나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 주도로 의결이 이뤄졌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기립 표결로 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에 찬성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항의했지만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기립 표결을 할 예정인데 일어선 (야당) 의원들도 찬성으로 집계된다”며 야당을 몰아붙였다.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기권하면서 국토위는 재석 26명 가운데 찬성 17명, 기권 9명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을 의결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 자녀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시급한 부동산·교통안전 문제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해 왔다”며 “(후보자의) 충분한 소명과 토론이 있었음에도 (야당이) 정략적으로 채택을 반대한다면 청문회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변 후보자의 발언은 애초부터 수용하기 어려웠다”며 “부동산 문제로 국민 고통이 너무 커 청문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 등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라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청문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으로 결격사유를 명시하는 조건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국토위는 청문보고서에 “SH·LH 사장을 역임하며 주택공급·도시재생 등의 부동산 정책을 일선에서 담당했다. 국토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과거 SH 사장 재직 당시 구의역 사고 피해자나 임대주택 입주민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은 국무위원으로서 요구되는 도덕성에 미치지 못한다”며 “블랙리스트 논란 등은 공정성이 부족해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온갖 비상식적 망언에 더해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지인 특채 의혹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스물 몇 차례 부동산 실패를 고치자고 오는 후보자가 (기존) 정책 방향을 더 강화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특별 채용, 부정 채용 의혹으로 변 후보자를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6시간쯤 후인 오후 5시17분쯤 변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세균 국무총리,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등 26명을 야당 동의 없이 임명했다.

강준구 이상헌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