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우아한형제들과의 인수·합병(M&A)을 ‘조건부 승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매각하기로 했다. 요기요를 포기하는 대신 배달의민족과 함께 아시아 시장 개척에 시너지를 내기로 한 것이다.
독일 DH는 28일 공정위의 조건을 받아들여 요기요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DH 측은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DHK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우아한형제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 전역으로 우리의 입지를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향후 M&A를 통해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 조인트벤처의 대표를 맡아 음식 배달, 공유 주방, 퀵커머스(생필품 등 즉시 배달 서비스) 등 DH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한다.
공정위는 이날 업계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DH가 1위 배달의민족 운영 업체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팔라는 단서를 붙여 M&A를 승인했다.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었다.
공정위는 두 업체가 합병될 경우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99.2%에 달해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우려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두 업체가 합쳐질 경우 음식점 배달 수수료 인상 등 경쟁제한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최근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시장인 전국 시장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은 아직 5% 미만이며, 당사회사의 점유율은 여전히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해 공정위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배달 시장의 동태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체된 시장’(정태성)으로 봤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타트업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입장문에서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외면했다”며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글로벌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달 앱 업계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쿠팡이츠, 위메프오 같은 후발주자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회라는 반응과 배달 앱 업계의 향후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했다. 라이더, 가맹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후발업체의 진입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DH는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만약 해당 기간 내에 매각할 수 없을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면 6개월 범위 내에서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업계는 요기요의 기업가치가 약 2조원으로 평가되고 있어 인수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며 누가 업계 2위를 가져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진영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