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제주여행(12월27~29일)을 계획해 지난 11월에 독채펜션을 예약했던 A씨. 정부가 수도권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면서 여행 취소를 결정하고 환불을 요청하자, 업주는 이용요금의 50%를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사용예정일까진 무려 27일이 남아있었다. A씨는 위약금이 커 다시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엔 수도권 5인이상 집합금지가 실시됐다. A씨는 정부의 새로운 지침을 이유로 재차 해당업소에 취소를 요청했지만, 이번엔 20일 이내 취소는 위약금 100%라며 환불을 전혀 해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제주도에 민원을 제기했다. 도에선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분쟁 조정 신청을 안내할 뿐 뾰족한 구제안을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제주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한 소비자와 도내 숙박업체 간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카페는 물론 제주도청 홈페이지 관광불편민원 게시판에는 12월 이후 환불규정에 대한 불만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 소비생활센터에는코로나19 사태 이후 많게는 100건이 넘는 환불 관련 민원이 계속 접수됐다.
제주 입도객은 12월 초까지 3~4만명을 유지하다 최근 1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크리스마스 연휴(24~27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6만66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4837명에 비해 62%나 감소했다.
연말연시 80~90%에 육박하던 도내 숙박업소 예약률은 30% 내외로 하락했고, 예약조차 힘들던 렌터카 가동률은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두달전 예약도 어렵던 골프장은 당일 예약도 가능한 수준이 됐다.
하지만 예약을 취소한 소비자와 숙박업소의 분쟁이 급증했다.
소비자들은 감염병에 의한 사실상의 국가 재난 상황에서 여행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예약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업체마다 환불 규정이 다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한 감염병 위약금 기준을 수용하지 않는 업체도 상당수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일부 얌체 업체들은 이용 한달 전 예약 취소에도 위약금을 물리는 등 자체 약관만 앞세우며 소비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특히 독채 펜션과 같은 농어촌민박에서 이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호텔의 경우 약관 제정·운용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을 따르는 경우가 많지만, 규모가 영세한 농어촌민박은 업주의 판단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예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 분쟁 민원이 계속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로선 강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2일 코로나19 대책 회의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에 따라 숙박업소에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 조치로 피해를 보는 부분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만 주문한 셈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