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타한 ‘팬데믹 은퇴’… 고령층 영구 실직자 폭증

입력 2020-12-29 00:04
미국 미시간주에서 지난 21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구호단체 직원들이 실직자와 빈곤층에 나눠줄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실업과 퇴직이 증가했다. 이 같은 일자리 위기는 특히 고령층 노동자들에게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방송은 올봄에만 미국에서 22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진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고령 노동자들의 재고용을 기업들이 꺼리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봄 미국에서 사라진 2200만개의 일자리 중 절반가량은 몇 달 지나지 않아 회복됐다. 하지만 대부분 청년층이 일자리에 복귀한 반면 높은 연령대의 노동자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조기 퇴직으로 영구 실업 상태에 놓였다. CNN은 “경제 회복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시장의 복구도 고르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버지니아주에서 정부 기관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지난 4월 해고된 60대 여성은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은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고용주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고령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주저해 복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노동 참여율(성인 인구 중 노동 인구 비율)은 61.5%였다. 이는 경제 성장이 멈추기 전인 지난 2월보다 1.9% 포인트 낮다. 은퇴자를 위한 사회보장 수당 조기 신청도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조지프 브릭스는 “젊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거의 완전히 회복됐다. 건강에 대한 위험이 고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 팬데믹으로 인해 대학 진학률이 낮아진 점 등이 청년층 일자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반면 노년층 노동자와 여성의 일자리 회복세는 더디다. 지난 10월 약 83만명의 ‘과잉 퇴직자’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같은 소비 지향적 경제구조에서 영구 실업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이는 팬데믹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부분이다. 브릭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흐름은 완화돼야 한다”면서 “다만 팬데믹 상황에서 해고당한 사람들에겐 이미 소용없는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