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재 줄이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실효성 높여야

입력 2020-12-29 04:02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가운데 국회가 막바지 법안 심사를 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 발생 시 해당 기업과 경영 책임자, 관련 공무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이다. 산업현장에서 연간 2400명이 사망하고 10만명가량이 다치고 있어 특단의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 이 법이다. 중대 재해는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기업 내 안전관리 시스템 부실, 안전을 소홀히 하는 조직문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반복되는 중대 재해를 줄이려면 현장 실무자가 아니라 실제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에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노동계가 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시민사회 원로들도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내 입법을 촉구한 이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대상과 기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전체 사업장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이 99%이고 중대 재해의 85%가 이들 사업장에 발생하고 있어 대상과 기간을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 원청업체와 경영 책임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처벌 조항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 중대 재해에 대해서는 원청과 하청업체에 공동 책임을 부과해야 원청이 안전 관리 비용을 하청에 떠넘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과실책임주의, 자기 책임 등 형사법의 대원칙이 훼손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원청업체와 경영진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대전제가 허물어져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 1위 국가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안전 관리에 대한 기업과 경영자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야 한다. 국회는 기업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