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자동차로 주목받는 전기차 시장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두 회사 모두 전기차 핵심 부품을 생산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완성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양사 모두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로서 관련 사업은 열심히 할 계획이지만 직접 차를 만드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완성차 진출 이야기에 손사래를 치는 것은 주요 고객사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고객사가 ‘잠재적인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전장사업에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완성차 진출에 대한 여지를 조금이라도 내비치면 고객이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이지만 성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삼성전자가 2016년 11월 인수한 하만은 올해 1, 2분기 적자를 기록하다가 3분기 1500억원 흑자 전환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산업 시장조사기관인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은 2020년 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부품산업은 특성상 한 번 공급 계약을 맺으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사업 영역에서 돌발상황을 만들 이유가 없는 셈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동차 내에 들어가는 전자장비(전장)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회사들에 ‘기회의 땅’이 열리는 셈이다.
LG전자는 최근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로써 LG는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내외장재(LG하우시스), 통신 부품(LG이노텍) 등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LG전자는 개별 부품뿐만 아니라 패키지 형태의 공급도 가능해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하만 인수와 함께 전장사업팀을 출범시키며 일찌감치 5G,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전장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삼성SDI는 배터리, 삼성전기는 차량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8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올수록 전장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자동차산업도 과거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자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