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포스트코로나 한국교회 길을 묻다

입력 2020-12-29 03:05
한규삼 충현교회 목사(왼쪽)와 김경진 소망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에서 만나 코로나 시대 목회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의 길을 묻는 아홉 번째 대담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을 대표하는 수도권 대형교회 목회자가 마주했다. 김경진(59) 소망교회 목사와 한규삼(59) 충현교회 목사는 1961년생 동갑내기다. 신학자 출신 목회자로서 미국 보스턴 유학 경험과 함께 이민목회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교회는 각각 전직 대통령을 배출하며 정치적 주목을 받았으나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은 경험도 있다. 코로나19 시대 변화된 목회를 주제로 나눈 대담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 선교관 3층 담임목사실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와 함께한 2020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한규삼 목사=코로나 때문에 아프셨던 분들과 수고한 의료진 등 모두에게 주님이 주시는 소망과 전인적 치유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많습니다. 주일 설교 중에 제가 ‘올해 한 해를 지우고 싶은 분들도 계시지요’하고 묻자 ‘아멘’이 아니고 ‘네’라는 대답이 큰 소리로 돌아와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김경진 목사=지난 2월 비대면 영상 예배로 처음 전환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모여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담은 포스트잇 기도문이 예배당 문 앞에 등장했는데 곧바로 문 전체가 색색의 기도문 메모지로 뒤덮였습니다. 예배에 대한 성도들의 그리움이 담긴 움직임이었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임마누엘 하나님, 병자를 고쳐주신 예수님을 보면서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목회에서 마주한 변화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한 목사=코로나19로 목회 현장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실 계획한 대로 진행된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60대 후반 성도님들을 보며 긍정적인 면을 발견했습니다. 이분들은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였는데, 코로나가 새로운 학습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교회 영상물에 차차 적응하시며 좋은 반응을 보여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김 목사=지난 2월 영상 예배로 전환할 때, 직전인 1월에 미리 마련한 매뉴얼이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벌어진 감염 사태를 보고 교회 사무처와 함께 곧바로 대응 매뉴얼을 작성했습니다. 당회에도 보고했고 감염병 심각 단계일 경우 비대면 예배로 전환한다는 점을 미리 언급했습니다.

한 목사=코로나로 인해 무엇보다 사역의 탄력성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1.5단계 2단계 2.5단계 등에 따라 교회가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갖추고자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진짜 꼭 해야 하는 일과 안 해도 되는 일을 분별하게 된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예를 들면 교회의 제자훈련과 소그룹 소통이 정말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예배의 본질을 더 깊이 묵상했고, 교회에서 모이지 못하는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해 가정예배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김 목사=덜어낼 건 덜어 내고 목회의 본질을 보게 됐습니다. 설교와 목회, 교회 프로그램 모두에서 사회를 향한 메시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설교 준비를 할 때도 그리스도인에게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를 더불어 생각하게 됐습니다. 소망교회는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수양관을 최근 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제공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또 작은 교회의 어려움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목회적 관심을 내년에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코로나로 이탈한 성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한 목사=코로나 초기에는 성도의 20%, 이후 심하면 60%까지도 이탈할 수 있다는 예측을 접하면서 놀랐습니다. 회복이 필요한데, 저희 역시 대형 집회나 오프라인 행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교우들과 지속적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영적 양식을 공급하는 방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충현교회에선 교회 경계를 맴돌던 분들도 문제였지만, 연세가 있는 기존 성도들이 건강 우려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던 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거리두기 일시 완화 때의 이야기입니다.

김 목사=소망교회도 같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일에 어르신들이 교회에 나오시니 자녀와 손자 손녀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가족 전체가 교회 주변에서 함께 모여 점심을 먹는 문화가 매우 강했습니다. 좋은 모습이었는데 코로나19로 어려워졌습니다. 설교 중심이었고 익명성이 강한 기존 교회 분위기도 회복에 유리한 조건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백지상태서 온라인으로 유입되는 성도들의 관심이 묻히지 않도록, 이들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며 교회의 연결망 자리로 안내되는 방식의 채널을 모색 중입니다.

-코로나19로 갈등이 첨예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회는 어때야 할까요.

김 목사=복음에 충실한 목회가 중요합니다. 복음으로의 회복, 성경으로의 회복이 우선입니다. 설교에서도 더욱 정밀하게 성경의 본문에 입각해 전하자는 이야기를 주변 큰 교회 목회자들과 나누고 공감했습니다.

한 목사=코로나19가 끝나도 코로나가 몰고 온 세속화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교회가 더 강력한 세속주의와 마주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교회가 힘이 있어서 무엇을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앞으로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합니다. 사회 속에서 성도 개개인이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신학적으로는 성도들의 정체성 문제이자 하나님의 형상 중심으로 살아가느냐의 문제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만 해도 하나님의 형상에 따른 모습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입장이 갈립니다. 이전에는 교회 다니는 게 프라이드였다면, 이제는 그런 프라이드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도 개개인이 얼마나 프라우드한 존재인가가 중요합니다.

김 목사=세속적 인식이 교회 안에도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복음에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세속적 사회에서 교회가 기독교로서 자신감이 없다면, 바꿔 말해 믿음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교회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복음에 기반을 둔 비전과 확신이 있어야 세속적 사회에 휩쓸리지 않을 것입니다. 동시에 세상과 함께 있다는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예배당 문을 열고 담장을 허물고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복음의 힘을 유지해야 합니다. 복음의 핵심은 강하게 갖고 가면서 문을 열고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 목사=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사역을 중심으로 한 교회들의 건강한 연합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교회들이 본질로 돌아가 자신들이 행하는 건강한 사역을 같이 묶는 것은 기관으로 연합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입니다. 세상의 대의명분이 아니라 복음적 연합이 이뤄질 수 있다면 교단을 넘어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누가 먼저냐 누가 앞자리냐 이런 생각 없이 소망교회 충현교회 모두 함께할 수 있습니다.

김 목사=코로나19 시대에도 길은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은 과거 길에서 벗어난 새 길입니다. 광야를 향해 하나님과 함께하는 길이라서 ‘엑소더스’입니다. 코로나로 잘못된 관행들과 교회의 여러 문제가 발견됐는데, 그 과정에서 벗어나는 길을 새로이 걸어가야 합니다. 이때 ‘하나님과 함께 걷고 있느냐’ ‘이웃과 함께 걷고 있느냐’ 이 두 가지를 늘 자문해야겠습니다.

-새해 성도들을 위한 성경 구절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 목사=시편 57편의 1~2절 말씀 가운데 “내 영혼이 주께로 피하되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이 재앙들이 지나기까지 피하리이다”를 뽑아 왔습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만 또 다른 변종이 보고되는 등 낙관만 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은혜를 베풀어 달라는 기도, 저희를 불쌍히 여겨 달라는 ‘키리에 엘레이손’ 기도가 필요합니다.

한 목사=시편 73편 28절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 내가 주 여호와를 나의 피난처로 삼아 주의 모든 행적을 전파하리이다”를 묵상합니다. 코로나 시대에도 길이신 예수님, 진리이며 생명이신 주께로 더 가까이 찾아가시길 소망합니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