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27일(현지시간)부터 일제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영국과 미국 등에 이어 인구 4억5000만명의 EU도 백신 접종에 나서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자국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함께 접종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6일 트위터 영상 메시지에서 “오늘 우리는 어려웠던 한 해의 새 장을 연다”며 “코로나19 백신이 전체 EU 회원국에 전달됐다. 접종은 내일부터 EU 전역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접종의 날(EU vaccination days)은 (유럽의) 단합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순간”이라며 “백신 접종은 팬데믹을 완전히 끝낼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21일 화이자 백신에 조건부 판매 승인 권고를 내렸다. EU 집행위원회가 즉각 권고를 수용함에 따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등 EU 회원국 상당수가 화이자 백신을 배포받고 이날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독일과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는 26일 백신을 받자마자 접종에 들어가면서 다른 EU 회원국보다 하루 앞섰다.
AP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당 제공받은 백신은 1만회분 안팎이다. 화이자 백신은 한 달 간격으로 2회 접종 받는 방식이어서 5000명분에 불과한 셈이다. EU 각 회원국은 첫 분량을 고령자와 의료진에게 우선 투여하고 내년 1월 이후에 대규모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화이자 백신과 함께 자국에서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배포도 시작해 접종 건수를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다음 달 4일부터 약 2주에 걸쳐 200만명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영국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이르면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 이어 인도도 다음 주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 승인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회분(1000만명분)을 확보한 우리나라도 정부 예고대로 내년 2월쯤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국 보건부 대변인은 텔레그래프 보도에 대해 “우리는 MHRA가 중요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하며, 그들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양국 간 방문군지위협정(VFA)을 종료하겠다고 경고했다. 각국의 백신 확보전이 국제정치를 뒤흔들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CNN 필리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 코로나19 대응 범부처 대책회의에서 “VFA가 곧 종료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최소 2000만회분의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들은 나가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말 체결된 VFA는 필리핀을 왕래하는 미군의 지위를 규정한 협정으로 양국 군사협력의 법적 근거가 돼 왔다. 반미 성향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에 VFA 종료 의사를 통보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6일 오전 8000만명을 돌파했다. 78억여명으로 추정되는 세계 인구의 1%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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