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는 결국 승리?… 광풍 탄 비트코인, 개당 3천만원 돌파

입력 2020-12-28 00:04

가상화폐 대표주자 비트코인이 27일 사상 처음으로 개당 가격 3000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만 3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3년 전 투자 광풍을 일으킨 뒤 순식간에 폭락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비트코인이 투자 상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7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306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8일 2000만원을 돌파한 이후 한 달여 만에 1000만원 이상 올랐다. 비트코인 시세가 3000만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같은 시간 또 다른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3080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18년 1월 6일 기록한 최고가 2888만5000원을 상회한다.

넘치는 유동성에 최근 기관투자가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면서 비트코인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구겐하임파트너스는 지난달 말 5억3000만 달러가량을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회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스콧 미너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희귀성,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막대한 화폐 발행이 결합하면 비트코인은 최대 4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국 자산운용사 러퍼는 자사가 운용하는 펀드 자산의 2.7% 정도인 5억5000만 파운드가량을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대형 보험사 매스뮤추얼은 약 1억 달러, 해지펀드 운용사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은 2500억 달러를 비트코인에 넣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세계 중앙은행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화폐 발행을 예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계열사 S&P 다우존스지수(DJI)는 가상화폐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중 가상화폐 관련 지수를 산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또다시 비트코인 광풍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2017년 11월 비트코인에 수백만원을 투자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황모(28)씨는 “당시 몇 개월 만에 가격이 급락해 서둘러 손절매했는데, 결과적으로 비트코인도 ‘존버’(계속 버틴다는 뜻의 은어)가 가능한 투자 상품이었다”며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할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닥터 둠’(Dr.Doom·비관론자)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통화도, 자산도 아니다”며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큰손 투자자들이 말 그대로 조작하고 있다. 거품은 곧 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