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위치한 도시락 전문 농업회사법인 ‘위대한 밥상’은 대다수 영세업체들이 비일비재하게 마주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2008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입지를 다졌지만 한계가 왔다. 원료 구매 비용 절감과 같은 경영 효율화를 꾀할 역량이 부족했다. 식품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생·안전 문제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힘들었다. 식중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위기관리 방안조차 없었다고 한다. ‘언택트(비접촉)’ 시대를 맞아 사업 확장 기회가 열렸는데도 매출이 제자리에 머물렀다.
탈출구는 컨설팅을 통해 찾았다. 지난 3월 농식품 분야 중소기업의 경영상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주는 ‘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의 문을 두드렸다. 6번에 걸친 자문 결과 변화가 생겼다. 사업계획 수립 방안이나 공공 데이터 활용 방안 등을 교육받으며 전문 경영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와 직거래하는 방식을 전수받아 원가 절감에도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공장 이전이다. 매월 200만원씩 임대료를 내던 66㎡ 규모의 작은 공장을 떠나 2500㎡ 규모의 부지로 옮겼다. 비용은 정책 지원을 통해 절감했다. 전주를 넘어 수도권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준비에 착수했다.
전북 완주군에서 생강 제품을 생산하는 완주봉상생강조합도 경영 역량 문제로 추진본부를 찾은 사례다. 가동한 지 27년이나 된 노후 공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지난 5월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효율성이 떨어질수록 생산성이 하락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상담 과정에서 품질 관리 역량이 부족하다는 약점도 발견됐다.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업 효율화를 꾀하기가 힘들었다.
컨설팅을 토대로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우선 기존 설비를 대형화하는 과감한 투자 작업부터 돌입했다. 문제점으로 꼽혔던 품질 관리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식품 대기업의 방식을 전수받았다. 그 결과 올해 매출액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조합은 지난해(85억7500만원)보다 10억원 가까이 늘어난 95억원의 매출액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농식품 분야 영세업체들을 지원하는 추진본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27일 추진본부에 따르면 2017년에 18건이었던 상담 실적은 올해 170건까지 10배가량 급증했다. 위대한 밥상이나 완주봉상생강조합 사례에서 보듯 상담 목적은 엇비슷하다. 어떻게 매출을 극대화하는지가 관건이다.
무료 지원이 아닌 유료 지원인데도 상담이 늘어난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 자체가 잘 안 알려져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추진본부의 한 자문위원은 “최근 영세기업 여건을 볼 때 앞으로 제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