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유통 부문의 사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던 복합쇼핑몰 사업은 롯데쇼핑에 인수되고, 롭스는 롯데마트 사업부에 통합된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 116곳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롯데쇼핑의 경영 효율화를 위한 체질 개선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27일 백화점으로 분류되는 영플라자 청주점과 서울 구로점 등 롯데마트 14곳, 롯데슈퍼 74곳,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롭스 27곳 등 실적이 악화된 116개 오프라인 매장이 폐점했다. 지역 기반의 일자리를 제공하던 마트, 슈퍼 등의 폐점으로 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 실적이 부진한 매장 200여곳을 순차적으로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점포 구조조정 절차는 3~5년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9개월 만에 116곳이나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타격까지 받으며 당초 관측보다 빠른 속도로 폐점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최근 롭스를 롯데마트에 흡수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 5개 사업부로 나뉘어 있었으나 롭스가 롯데마트 MD본부 H&B 부문으로 편입된다. 일각에서는 롭스 브랜드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마트가 롭스를 운영하기로 한 것까지만 결정된 상태”라며 “전략적 측면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내년 1분기쯤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오던 롯데가 본격적으로 다운사이징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롯데의 구조조정은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올 하반기 희망퇴직을 신청받았고 각각 50~70명이 여기에 응했다.
구조조정은 계열사를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해온 6개 복합쇼핑몰(잠실 롯데월드몰, 롯데몰 김포공항·은평·수원·수지·산본)을 내년 2월부터 맡게 된다. 롯데쇼핑이 롯데자산개발의 복합쇼핑몰 운영권을 인수키로 한 것은 롯데그룹 내 유통 사업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온 롯데자산개발은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연초 계획대로 몸집을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부문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