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적 쇄신 서둘러도 모자랄 판에 탄핵 주장이라니

입력 2020-12-28 04:01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했지만 주말을 지나면서도 법원 결정에 대한 여권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범여권 인사들은 여전히 법원을 겨냥해 ‘사법 쿠데타’ ‘법원의 대통령 흔들기’라고 비난하면서 윤 총장과 이번 결정을 내린 판사들에 대해 국회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수를 둬 관철시키려는 나쁜 버릇이 또 도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5일 문 대통령의 사과를 전하면서 “코로나19 등 국난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 문제에 매달릴 수 없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사과는 수습과 안정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 비춰보면 여권 인사들의 반발은 대통령의 사과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려면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등에서 추가적으로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면 전환에 더 탄력이 붙고, 여권의 반발도 속히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윤 총장에 대한 무리한 징계로 이번 사태를 야기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서둘러 경질해야 한다. 추 장관이 자리를 지키는 이상 국민들은 ‘추-윤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여길 게 뻔하다. 또 2차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앞당겨야 대통령의 국정 쇄신 의지를 확연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교체 폭이나 인물 면에서도 쇄신이 느껴져야 함은 물론일 테다.

여권이 지금은 검찰과의 싸움보다 방역과 경제 활성화에 더 집중해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까지 사태 수습에 나선 마당에 검찰 개혁 시즌2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일각의 탄핵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은 연중 내내 시끄러웠던 추-윤 사태에 진저리가 날 정도다. 집권세력이면 국민 통합과 국정 안정에 도움이 될 경우 설사 잃는 게 있어도 한발 물러서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검찰 개혁을 하더라도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지나간 기차에 미련만 보일 게 아니라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다 민심과 괴리된 판단을 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추 장관만 떠받치다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국민과 괴리된 소아적 정치만 계속할 경우 향후 더 큰 심판에 직면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