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의 인터넷망 품질 의무를 유지하면서도 자율주행차·스마트공장 등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를 원활히 할 수 있게끔 망 가이드라인이 정비됐다. 대량의 데이터가 빠르게 오가는 5G 시대가 열리면서 네트워크 과부하로 인한 인터넷 서비스 품질 저하가 우려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업계와 대책 마련에 나선 결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27일 밝혔다. 망 중립성은 통신사업자(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사업자·콘텐츠 유형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통신사가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만큼 타 서비스를 차별하지 않고 망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신규 서비스의 망 중립성 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통신 3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연구반을 운영했다.
개정안에는 망 중립성 원칙에서 예외성을 인정받는 ‘특수서비스’ 개념이 도입됐다. 특정 공간에서 특정 사업자를 대상으로 높은 품질의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주로 B2B(기업 간 거래) 분야에 도입되는 자율주행·스마트공장·원격의료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일정 요건만 갖춘다면 통신사의 신규 융합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특수서비스가 제공될 경우에도 일반 이용자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품질은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정부는 또 통신사의 서비스 운영 현황과 품질 등을 점검하고 이용자와 CP 측에 충분한 망 관련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통신사의 정보공개 대상을 확대하고, 자료제출도 요구할 수 있다.
통신업계는 정부의 감독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망 중립성과 관련한 갈등이 줄어들고,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감독과 규제가 생기는 점은 달갑지 않지만 정부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ISP-CP 간 분쟁 요소를 해소해준 측면이 강하다”며 “새 가이드라인을 통해 CP의 우려와 관계없이 통신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CP 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가이드라인의 집행력 강화를 위한 법제화를 촉구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