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내가 키워 보낸 아이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죠. 새 가족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해요.”
36년간 영유아 위탁모 봉사를 해온 전옥례(74)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4년 우연히 동방사회복지회 위탁모 활동을 알게 된 전씨는 올해까지 119명의 아이를 돌봐왔다.
위탁모 봉사는 부모나 가족이 키우지 못하는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을 입양 전까지 일반 가정에서 양육하고 보호하는 활동이다. 옹알이를 시작하는 4~6개월의 영아가 문장을 구사하는 28~30개월 유아로 성장하면 양부모 가정에 입양된다. 장기간 위탁모 봉사를 하는 경우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쉬었다가 다시 아이를 맡는 경우가 많지만 전씨는 쉼 없이 아이들을 양육해 왔다. “포기하고 싶은 때는 없었다”고 한다. 350여명의 국내 위탁모 중 최고령이자 35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 전씨는 ‘위탁 양육계의 대모’로 불린다.
전씨가 최근 돌보던 아이는 지난 10월 23일 입양을 갔다. 마침 전씨의 아들이 미국에서 귀국해 2주간의 격리가 필요한 상황. 전씨는 아들 대신 아이와 함께 남양주에 숙소를 잡고 입양 전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전씨는 “아이를 떠나 보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다 보니 이제 평생 흘릴 눈물이 모두 말라버린 것 같다”며 “아이들이 좋은 가정으로 갈 수 있도록 데리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건강하게 키우는 게 나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동안 전씨가 사용하는 ‘우리 애기’라는 표현에서 위탁아동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씨는 “연년생 아들 2명이 있는데 우리 애들은 별개고 ‘우리 애기’들이 더 중요하더라”며 “손자도 2명 있는데 정작 손자들의 기저귀는 갈아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위탁모 봉사를 이어온 데는 가족들의 도움도 있었다. 남편 유성기(73)씨는 목욕, 식사준비 등을 도와주며 이미 육아 전문가가 됐다. 두 아들도 어릴 때부터 위탁 유아들의 기저귀 빨래를 정리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며 전씨를 거들었다.
전씨는 “내가 이런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돌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LG복지재단은 전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 LG의인상은 구광모 LG 회장 취임 이후 사회 곳곳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다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까지 LG의인상 수상자는 모두 139명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