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대구를 휩쓸고 지나갔다. 회복이 되기 전 전국적인 2차, 3차 유행도 잇따랐다. 사람이 모일 수 없는 감염병 재난 속에서 지역 공연예술계는 혹독한 1년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대구의 대표 공연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은 올해 축제를 무사히 마쳤다. 딤프는 올해 경험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대구의 대표 글로벌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온택트(Ontact)는 선택 아닌 필수
딤프는 대표적인 지역 여름축제다. 하지만 올해 초 대구를 휩쓴 코로나19 여파에 축제 개최가 불투명했다. 딤프는 축제 기간을 여름에서 가을(지난 10월 23일~11월 1일)로 연기하고 방역과 흥행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딤프는 발 빠르게 ‘온·오프라인 통합’을 시도했다. 매년 수만명의 뮤지컬 팬, 시민이 오프라인으로 즐겼던 개막축하공연을 ‘OTT 플랫폼(인터넷으로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딤프 온택트(DIMF ON-TACT)’라고 이름 붙여진 제14회 딤프 개막콘서트는 딤프에서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행사였다. 이지훈, 김성규(인피티니), 마이클 리, 김소향 등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와 규현(슈퍼주니어), 유회승(엔플라잉) 등 아이돌 스타들이 참여해 관심이 높아진 콘텐츠를 네이버TV 실시간 스트리밍과 함께 티켓 피아(일본), 프레젠티드 라이브(PRESENTED LIVE, 중국·인도네시아) 등의 OTT 플랫폼을 통해 유료 상품으로 판매했다. 73개국 8만6000뷰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뮤지컬 팬들에게 ‘K-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공연팀이 참여할 수 없게 되자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한국 창작뮤지컬 중심으로 구성했다.
글로벌 축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마타하리(슬로바키아)’ ‘아이 러브 피아프(프랑스)’ ‘청춘(중국)’ ‘라 칼데로나(스페인)’ 등 9개의 역대 해외 공식초청작들은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폐막식도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프라인 공연과 네이버TV를 통한 온라인 서비스를 동시에 진행했다. 딤프의 온·오프라인 통합은 관객들이 뮤지컬 공연과 스타들을 공간 제약 없이 만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인 등용문인 ‘2020 딤프 뮤지컬스타’도 경연의 전 과정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관객들이 직접 무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원자들의 연습 영상과 다양한 도전 모습을 공개하고 경연 과정을 실시간 중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방역 모범도시 노하우를 공연장으로
오프라인 공연에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역이 가장 중요했다. 다행스럽게도 대구는 1차 대유행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 모범 도시였다.
공식초청작, 창작지원작, 특별공연, 대학생뮤지컬 등 9개의 뮤지컬 작품이 28회의 공연으로 무대에 직접 올라 관객들을 만났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준수는 물론 손 소독에 분무형 소독제를 더한 철통 방역,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QR체크인과 현장방문 확인서 작성이 이뤄졌다. 공연장 어느 공간에서도 음식물 섭취를 허락하지 않았다. 공연 종료 후 출연진과의 만남과 선물 전달도 금지했다. 관객들은 함성보다 박수로 감동을 표현했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공연 관계자들이 관객들의 빠른 입·퇴장을 유도했다. 딤프 자원활동가 ‘딤프지기’는 올해 방역요원 역할까지 맡아 철저한 방역을 이끌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린 제14회 딤프는 포스트 코로나 트렌드가 될 ‘온·오프라인 투-트랙’ 방식을 성공적으로 적용해 지역 공연예술축제의 모범 사례라는 호평까지 듣게 됐다.
배성혁 집행위원장 “안전·흥행 모두 잡는 축제 만들겠다”
배성혁(사진) 딤프 집행위원장은 내년 딤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지만 올해 축제를 진행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전, 흥행 모두 잡을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내년 딤프는 예전처럼 여름(6월 18일~7월 5일)에 여는 것으로 예정돼있다. 내년 여름에는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기대만 가지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기대만큼 좋지 못해도 안전한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배 집행위원장은 “올해 모두가 처음 겪는 코로나19 변수 속에서 딤프는 온라인 콘텐츠 강화를 포함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있는 뮤지컬 팬들이 물리적 제약을 넘어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등 뮤지컬 저변 확대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딤프는 내년에도 온라인 부분을 강화한다. 올해 시도했던 해외 OTT 플랫폼 활용 방식을 더 발전시켜 ‘K-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을 꾀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지역 공연예술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이다. 배 위원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을 위해 국내 창작뮤지컬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무대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국 방송을 통해 독보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딤프 뮤지컬스타와 딤프 뮤지컬아카데미 등을 통해 미래 뮤지컬 인재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이제는 지방시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