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재평가받고 있지만 사실 참여정부는 당시 국민에게 인기가 없었다. 각종 선거와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했고, 임기 말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었다. 특히 참여정부 후반기 노무현 대통령을 괴롭혔던 것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뭐든 안 좋은 것만 있으면 노 대통령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 교통사고가 나도, 시험에 떨어져도 ‘노무현 탓’을 연발했다.
그 이유는 정치가 국민을 피곤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참여정부는 17대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임기 내내 대연정, 4대 개혁입법, 기자실 폐쇄 등을 밀어붙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급기야 민심 악화의 뇌관이었던 부동산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국민의 불만은 냉소로 바뀌었고, 임기 말에는 그 냉소마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조롱으로 변했다. 국민이 대통령에 대해 냉소를 넘어 조롱까지 보내자 정책의 불신은 심화됐고, 정권까지 내줬다.
현 정부에서도 요즘 이런 일이 일어날 조짐이다. 부동산값 폭등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 코로나19 백신 도입 논란, 검찰총장 징계 문제 등이 줄줄이 일어났다. 이러면서 정부의 대처와 대통령의 말에 국민이 냉소를 보내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혐생’(혐오스러운 인생) 등 자조 섞인 말이 유행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과 해법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누구보다 국민을 위하고 있다는 점은 믿는다. 재야에서 활동하던 시절 문 대통령의 소박함과 따뜻한 마음씨는 유명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임대주택 방문’이다. 그 집은 아늑했다. 그런데 그 집 인테리어와 홍보에 4억원 넘게 썼다고 한다. 주변에서 실제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도 나왔다. 이 단지 상당수는 공실 상태였다. 대통령의 눈을 누군가가 가린 셈이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코로나의 긴 터널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지만 곧바로 일일 확진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문 대통령은 22일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께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또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안전성을 검증하고 접종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며 백신 부작용을 언급했다. 좌충우돌이자 모순이다. 누군가가 잘못된 보고를 하고, 잘못된 통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의심해봄 직하다.
잘못된 인사도 고쳐야 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 변 후보자는 ‘구의역 김군’과 임대주택 주민을 비하했고, 이 차관은 만취해 택시기사 멱살을 잡았다. 비정규직과 임대주택 주민, 택시기사 등은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표적인 서민이다. 변 후보자와 이 차관은 서민들에게 막말을 내뱉었고 행패를 부렸다. 현 정부가 매일 떠들어 댄 것이 ‘서민을 위한다’는 것 아니었나.
부동산 정책만큼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야 한다.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현장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일각에선 ‘20년 집권’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정책을 더 신속하고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참여정부를 보듯 국민이 대통령의 말에 조롱까지 보낼 정도가 되면 추진했던 정책은 머잖아 ‘사상누각’이 된다. 며칠 후면 집권 5년 차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규엽 사회부 차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