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게 빛내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포부로 창업한 기업가는 자신의 신앙관을 기업 운영에 그대로 투영시키며 냉랭한 세상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목표가 희미해지지 않도록 회사명은 ‘빛’을 뜻하는 히브리어 ‘포스’를 넣어 지었다. 회사 설립 16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이 뿌린 사랑의 씨를 일터와 가정에 뿌리내리며 나눔의 가치를 확산하고 있다. 포장재 토탈 패키지 기업 포스텍의 대표인 문공현(52) 하남 밀알교회(안효혁 목사) 장로 이야기다.
시작은 미약했다. 영적 멘토였던 김광수(밀알교회 원로) 목사를 따라 지역 내에서 소소하게 나눔을 실천했다. 그러다 2004년 회사 설립감사예배에서 “회사를 통해 다음세대를 바르게 교육하며 가치 있는 일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던 자신이 떠올랐다. 대안학교 설립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조사하고 전문가 조언을 얻어 봤지만,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었다. 상심이 커져갈 때 생각지 못한 길을 발견했다.
“직접 학교를 세우지 않더라도 양질의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어린이 케어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길 듣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김 목사님과 함께 후원해오던 기아대책을 통해 연결을 요청했고 필리핀 벤떼레알레스라 지역을 소개받았지요. 쓰레기 마을이 있는 곳이었어요. 도움이 필요한 아이 33명을 양육하게 됐는데 당시 직원 수가 딱 33명이었습니다. 회사 직원이 늘면 후원할 아이들도 늘지 않을까 싶어 더 열심히 일하게 됐지요.(웃음)”
지금도 사무실엔 벤떼레알레스 마을 아이들의 미소 짓는 사진이 가득하다. 직원들과 나눔의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매칭펀드도 운영한다. 후원 동참을 희망하는 직원에게 회사가 후원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3년 전엔 자신의 성인 문(moon)을 모티브로 ‘달빛 천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문 장로는 “태양의 빛을 반사해 밤하늘을 비추는 달처럼 하나님의 빛을 소외된 이웃에게 전하는 통로가 되고 싶은 소망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의 1호 열매는 아프리카 토고 따누마을에 열렸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세웠다. 유치원 입구엔 문 장로의 딸과 사위의 이름이 적혀 있다.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은 나눔에 동참할 아이디어를 찾다 결혼식 축의금을 유치원 설립의 마중물로 흘려보냈다.
2018년엔 전 세계 결연아동들이 축구 선수가 돼 출전하는 ‘기아대책 호프컵 축구대회’의 키르기스스탄 구단주로서 훈련과 방한을 도왔다. 지난해엔 키르기스스탄 아이들을 위해 강당 건축을 도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생필품과 방역용품도 전했다.
지금까지 후원한 금액은 1억 9000여만원. 지난달엔 아내와 함께 유산기부도 약정했다. 부부로선 처음으로 기아대책 필란트로피클럽(1억원 이상 후원)과 헤리티지클럽(5000만원 이상 유산 기부 약정)에 모두 가입한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 장로는 교회에서 30년째 섬김을 쉬지 않고 있다. 운전면허를 딴 후 한 번도 쉰 적 없는 새벽기도 차량운행 봉사도 그중 하나다. 그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나눔은 가정 일터 사회 어디서든 빛을 발하기 마련”이라며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울타리를 더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코로나19로 이루지 못했던 목표 하나를 소개했다.
“올해 여름, 직원들과 함께 키르기스스탄 아이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 어린이들의 작은 꿈이 어른에겐 삶의 큰 위로로 다가오곤 하지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그 일정부터 채비할 겁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