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법정구속에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처분 정지까지 법원이 잇따라 검찰 손을 들어주자 여권이 큰 충격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공휴일인 25일 긴급 비공개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했지만 “검찰개혁의 중단은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앞세워 상황을 수습하려는 모습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이낙연 대표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와 박광온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회의는 1시간30여분 간 진행됐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들의 결정문 분석을 바탕으로 지도부와 의견을 나누었다”며 “감찰 방해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법원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법원 결정문에 적시된 검찰의 문제들을 소상히 검토하겠다”며 “특히 검찰권 남용, 불공정 수사, 정치 개입 등을 막기 위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체계적으로 계속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경, 국정원을 아우르던 기존의 권력기관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결정문에서 언급된 윤 총장의 감찰 방해, 판사 사찰 문건 작성을 중심으로 재발 방지 대책 등 검찰개혁 제도들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검찰개혁의 확전을 예고하면서도 법원 결정에 대해선 당 지도부 차원의 언급은 삼갔다. 이날 ‘총선 공약이었던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 ‘사법의 정치화를 개혁하겠다고 했는데 법원도 포함되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최 수석대변인은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검찰과 함께 법원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풍긴다”고 지적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법조 카르텔의 강고한 저항”이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은 “입법을 통해 검찰, 법원이 국민에게 충성하도록 하겠다. 시간도 의석도 충분하다”며 날을 세웠다.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낸 민형배 의원은 “검찰과 법원이 정말로 형편없는 짓들을 하고 있다. ‘일개 재판부’가 대통령을 흔들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법개혁 목소리와 별개로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시작으로 검찰개혁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지만 예상과 달리 윤 총장이 잔여 임기를 보장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검찰에 이어 사법부까지 겨냥하는 것은 민주당의 부담이 너무 크다. 하락하는 지지율과 보궐선거 등 예민한 시점에서 민주당의 출구전략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