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인사권자로서 사과” 내주 秋 사표 수리할 듯

입력 2020-12-26 04:00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와 관련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추 장관 사표 수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출구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법원의 결정에 존중 의사를 밝히며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법원이 윤 총장 징계에 효력 중단 결정을 내린 지 하루 만이다.

문 대통령은 또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 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메시지는 수습과 안정에 방점이 있다”며 “국난 상황에서 여기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인 협조’를 언급한 것도 추 장관 사표 수리를 통해 두 기관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자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권 지지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추 장관을 재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 대통령의 판단은 다른 셈이다. 추 장관 사표를 수리하면서 그동안 교체가 거론돼온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일부 부처의 장관도 함께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

추 장관이 지난달 24일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면서 폭발한 이번 사태는 윤 총장은 직무에 복귀하고, 추 장관은 퇴진하는 모양새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추 장관의 거친 ‘윤석열 찍어내기’가 부메랑이 돼 본인은 사퇴하고 문 대통령에게도 부담만 안겼다는 평가가 많다. 여권에서 추 장관 교체를 사실상 경질로 보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수습에 나선만큼 여당도 법원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정치적 후폭풍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그동안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청구를 재량 없이 승인할 수밖에 없다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징계 제청 당일 곧바로 이를 재가한 만큼, 정치적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온 것과 달리, 법원은 윤 총장 징계 절차에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집권 5년 차를 맞는 문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과, 지금이라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다만 아전인수식 사과로 비쳐 국민은 혼란스럽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 하나 검찰 장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와 다짐으로 읽혀 안타깝다”고 했다.

임성수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