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법치주의 위해 최선”… 주요 수사 탄력 받을 전망

입력 2020-12-25 04:02
윤석열 검찰총장 측 법률대리인인 이석웅 변호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 집행정지 2차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법무부 측 법률대리인인 이옥형 변호사가 2차 심문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권현구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받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재가하면서 정직 2개월의 처분이 내려진 지 8일 만이다.

윤 총장은 24일 법원의 인용 결정 직후 대검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은 25일 업무에 복귀해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등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최근 구금 시설에서의 코로나19 확진 상황 등 긴급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윤 총장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현안을 챙기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던 날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일선 청의 반응을 보고 받았었다. 검찰의 한 간부는 “검찰 최대 현안은 수사권 조정 시행에 따른 지침 마련”이라고 했다. 형사소송법이 개정됐지만,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검찰은 윤 총장이 그간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해왔던 만큼 현장 혼선을 줄일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대검은 지난 21일 홈페이지에 ‘형사사법제도의 변화 안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고 검사 수사개시 범위, 송치 사건 등 국민들이 경험할 6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복귀하면서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중요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전지검 사건을 직접 챙겨온 윤 총장의 복귀로 자료 삭제를 지시한 ‘윗선’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전날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자료 삭제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감사방해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은 이날 법원의 집행정지 심문기일에서 “월성 원전 수사 등 중요 사건 수사에 있어 정직 2개월간 검찰총장의 부재는 수사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징계 청구 절차의 위법성은 물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대한 불공정성마저 드러난 상황인 만큼 법원의 인용 결정은 ‘당연한 결론’이라는 것이다. 현직 부장검사는 “결국 법원의 결정으로 징계 청구부터 징계 절차의 위법·부당성이 드러나게 됐다”고 했다.

일각에선 재판부가 사실상 정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에 준하는 심리가 필요하다며 두 차례 심문을 진행한 뒤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간부는 “징계위 구성, 재판부 분석 문건의 용도를 양측에 설명토록 하면서 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나온 결론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징계 청구권자인 추 장관을 비롯해 윤 총장의 징계 절차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책임론도 일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원의 결정으로 ‘노골적인 총장 흔들기’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라며 “마구잡이식 징계 절차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