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4일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을 재가한 지 8일 만이다. 이번 결정으로 윤 총장은 내년 7월 임기를 정직 징계 없이 마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이날 오후 10시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정직 2개월 징계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준다는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윤 총장이 집행정지 신청에서 승소했지만 법원이 법무부 징계가 전부 부당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징계 사유들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재판에서 충실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본안 소송에 준하는 심리를 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징계 사유들에 대한 판단도 일부 내렸다.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과 관한 부적절한 언행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및 배포는 매우 부적절하지만 징계가 정당했는지는 추가 소명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징계의 적절성 여부를 정식 재판에서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판단에 불복하고 즉시항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심이 두 차례에 걸쳐 충실한 심리를 한 만큼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번 결정으로 징계 효력은 징계처분 취소 소송의 1심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재판부는 향후 정직 징계가 정당했는지 여부에 대해 정식 재판에 돌입한다. 다만 윤 총장의 징계 사유가 워낙 방대해 임기 내 판단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윤 총장의 판정승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의 부당한 징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며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진행된 2차 심문에서 윤 총장의 정직 징계가 공공복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과 관련해 공방을 펼쳤다. 법무부 측은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할 경우 재판부 분석 문건 수사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할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 측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최종진술에서 “법치주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역사적 사건이므로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는 당혹감 속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재가한 윤 총장 징계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정치적 타격이 클 전망이다. 절차적 논란 속에 징계를 강행한 추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올곧은 법원의 판단이 검찰개혁의 탈을 쓴 검찰 개악 도발을 막아냈다”며 “우리가 온전히 법질서 안에 있다는 안도를 주는 성탄절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나성원 구자창 백상진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