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직후 수많은 법률가들이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을 맡겠다고 나섰다. 윤 총장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고 대형 법률사무소 소속이 아닌 이들로 조건을 달아 대리인단을 꾸렸다. 이번 사건이 세 과시나 정치적 투쟁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꾸려진 대리인들이 이완규 이석웅 손경식 변호사 3명이다.
윤 총장의 직무복귀를 얻어낸 이들은 24일 “지난 한달은 전쟁과 같았다”고 했다. 이들은 두 차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윤 총장의 입장을 역설했다. 법무부가 열람을 허용한 감찰기록을 접한 뒤에는 마음이 먹먹했다고도 했다. 윤 총장이 올해 들어 두 차례의 인사 과정에서 참모들을 잃고 제대로 된 지휘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에게 임기가 보장된 이유부터 징계 절차의 하자를 지적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법치주의’의 이념을 설명하는 일은 이완규 이석웅 변호사가 주로 맡았다. 윤 총장에게 적용된 징계 혐의 사실들이 증거가 결여된 추측일 뿐이라고 반박하는 일은 손 변호사가 담당했다. 이들은 재택근무를 하다 종종 모여 의견을 조율했고, 코로나19에 걸리지 말자고 서로 독려했다.
가장 괴로웠던 일은 윤 총장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 법무부에 가서 수기를 한 것이었다. 윤 총장 측은 “지문이 닳도록 수기했다” “이때 법무부가 난로를 제공해 줘 고맙다”고 했다. 가장 화가 난 순간은 지난 15일 징계위 2차 심의 때 있었다. 징계위가 심의에 앞서 윤 총장 측에게 “휴대전화를 내놓으라”고 했던 사건 때문이다. 당시 바구니를 들고 오는 법무부 검찰과장을 향해 손 변호사가 “제자리에 앉으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변호사는 징계위에서 문득 ‘33년이 흘러 이렇게 서로 나뉘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87년 사법시험 1차 시험을 합격했지만 민주화 투쟁에 나섰고 강제징집돼 법조계 입문이 늦었다. 그는 “윤 총장도 대리인들도 징계위원들도, 그땐 비슷하게 살았던 이들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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