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봤다.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나 임기를 고려하면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무형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헌정사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에 따른 집행정지 사건에서 최초의 사례를 남긴 셈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24일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총장의 임기제 보장’ 취지를 감안했다. 다만 법원은 ‘정직 2개월 후 복귀해도 식물총장이 된다’거나 ‘사실상 해임과 같다’는 윤 총장 측 주장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 측은 지난 22일에 이어 이날 열린 2차 심문에서 “정직 2개월만으로도 윤 총장은 사실상 해임되는 것과 유사하거나 식물총장이 되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직기간 2개월이 지난 후에도 (내년 7월까지) 잔여임기가 남아 있다”며 “정직 2개월 만으로 사실상 해임되는 것과 유사하거나 식물총장이 되는 것과 같다는 주장에 별다른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에 대한 보복, 월성 원전 감사 관련 사건 등에 대한 수사 저지 목적을 갖고 있었다는 윤 총장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이 자리를 비우면 중대한 공백을 가져오고 외압에 노출된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윤 총장 측은 정직 지속 시 여권 인사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들의 수사의지를 꺾을 수 있고, 총장 직무를 대리하는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향후 인사 대상에 포함돼 여러 중요 수사에 있어 외압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면서 “국민은 일선 검사들이 검찰총장이나 정치권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직무수행할 것을 신뢰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윤 총장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폭로하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피력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의 과거 국정감사 발언으로 우회 비판한 셈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을 복귀시키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집행정지 기각을 주장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과 책무에 따른 것이므로, 징계 효력이 중단되면 행정부 통솔이 불안정해지고 국론이 분열된다는 이유였다.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면 ‘채널A사건 감찰 및 수사방해’ 관련 수사, ‘법관 사찰 문건 의혹’ 수사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다만 재판부는 “법무부 측이 든 자료 만으로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은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이날 재판부는 ‘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배포한 것을 두고는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징계 혐의 중 채널A사건 감찰·수사 방해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본안재판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이 줄곧 제기한 징계절차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의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과정에는 하자가 있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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