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비난 여론에 한발 물러선 與 “청문 채택 28일 재논의”

입력 2020-12-25 04:02
국회 국토교통위원인 심상정(왼쪽) 정의당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김윤기 정의당 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심 의원은 “변창흠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며 변 후보자 이름을 ‘데스노트’에 올렸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28일로 미루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당초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변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강행할 방침이었지만 변 후보자의 막말 전력에 ‘여성 비하’ 논란까지 불거지며 여론이 악화되자 일단 한발 물러섰다. 주말 동안 여야 합의 처리를 목표로 노력한다고 했지만, 야당이 끝내 반대할 경우 단독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들어 장관급 인사 25명이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된 바 있다.

여야는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변 후보자의 장관 자격을 둘러싸고 이틀째 충돌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보고서에는) 도덕성, 공정성에 대한 가치 판단도 없이 변 후보자가 ‘국토교통 분야에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기재됐다”며 “유치원생이 써도 이렇게는 안 썼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결과를 다 종합했다면 후보자 능력을 훨씬 객관적으로 담은 보고서가 나왔을 것”이라며 “여러 의혹도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맞받았다.

변 후보자의 ‘막말 사과’와 청문회 해명에도 여야는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의혹이 해소됐다는 데,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같은당 김상훈 의원은 “2014년 문창극, 정성근 후보자 등이 적절치 못한 과거 발언으로 임명 철회된 바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철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여당은 막말 논란이 앞으로 변 후보자가 장관직을 더 잘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취지로 반박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반면교사로 삼아 책임과 존중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당 홍기원 의원은 “측은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변 후보자 낙마를 위해 야당과 언론이 의기투합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변 후보자의 “여성은 화장 때문에…” 발언 논란을 거론하며 “성인지 감수성과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여성을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하려는 기조가 강했다. 그러나 변 후보자의 주택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정의당마저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라며 ‘데스노트’에 변 후보자 이름을 올렸다. 여당 내부에서도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대두하면서 결국 채택을 보류하기로 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여야가 보고서 채택 문제를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주말 동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에선 택배 종사자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 대책 등을 규정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의결됐다. 여야 이견이 없어 임시국회 회기(내년 1월 8일) 내 처리될 전망이다.

양민철 박재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