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경력증명서 위조 정황… 정경심, 제 발등 찍었다

입력 2020-12-25 04:04
연합뉴스

의혹으로 시작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가 재판부의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가 30여년 전 다녔던 회사의 경력증명서를 위조한 정황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 교수 측은 재판 내내 ‘컴맹’이라며 위조할 능력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의 정 교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딸 조민씨의 표창장이 위조됐다고 판단하면서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PC)에서 발견된 정 교수의 과거 경력증명서를 언급했다. 증명서에는 정 교수가 1985년부터 3년5개월간 A주식회사 무역부에 근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휴게실PC에서 최종경력 기간이 8년2개월로 변경된 수정본이 나왔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이 수정본을 2013년 8월 무렵 위조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23일 공판에서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총장님 직인.jpg’ 파일 등을 이용해 표창장을 직접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때 정 교수가 과거 경력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정 교수가 자신의 최종경력을 늘린 경력증명서를 새로 만들면서 회사 대표 인감 부분을 오려내 붙인 사실이 확인된다고 했다. 확대한 인감 부분만 주변과 달리 오래된 서류 특유의 노란색을 띤다는 게 결정적 근거였다. 정 교수가 같은 방식으로 아들 상장을 스캔한 뒤 총장 직인 부분을 오려내 딸의 표창장에 덧붙였다는 것이다. 정 교수의 공소사실과는 무관했으나 재판부에 유죄 심증을 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경력증명서를 스캔한 다음 A사 고무인 및 법인 인영 부분을 추출해 파일 하단에 삽입했다”며 “피고인이 문서를 스캔하고 특정 부분을 캡처하거나 오려붙여 다른 파일에 삽입하는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컴퓨터 활용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정 교수 측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하는 장면이 담긴 CCTV 같은 확실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핵심은 총장 직인 부분이 아들의 최우수상 상장 파일에서 유래됐는지 여부”라며 “총장 직인 생성 사실이 인정되면 구체적인 위조 경위에 대한 증명이 일부 부족해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앞서 정 교수 측이 공개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주최 세미나 영상 속 여성도 조민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단국대 장영표 교수 아들 장모씨 및 조씨 친구 박모씨가 “조씨를 보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검찰 조사에서 “세미나에서 조씨를 본 적 없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의 1심 판결문은 570쪽에 달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