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료’의 역설…100만원 깎아주면 ‘110만원’ 환급

입력 2020-12-25 00:05

정치권이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자칫하면 고소득 임대인은 100% 세금 감면에 ‘환급 웃돈’까지 챙길 수 있는 역진성이 발생할 수 있다. 어차피 정부 돈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세금 왜곡보다 임차인 직접 지원이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착한 임대인 50% 세액공제를 7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임대료 인하액의 50%를 임대인 소득·법인세에서 깎아주는 제도를 언급한 것이다. 여야 의원 일부는 100% 공제 법안까지 발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 제도는 실제 세금 혜택까지 시차가 있다. 올해 임대료를 깎았다면 감면은 내년 상반기 세금 신고 때 이뤄진다. 정부는 정확한 실적을 파악한 후 확대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

더 큰 우려는 역진성이다. 공제율 50%는 얼핏 보면 적지만 계산을 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200만원 임대료를 100만원으로 내릴 경우 평균 소득세 세율 40% 적용 시 정부는 40만원 세금을 덜 걷게 된다. 여기에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더하면 인하액(100만원)의 50%인 50만원을 더 깎아줘야 한다. 임대료 100만원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는 90만원의 세금 감소가 생긴다.

그런데 비율을 70%로 올리면 소득세 40만원 세금 감소에 임대료 세액공제가 70만원이 된다. 임대료 100만원에 세금 감소가 110만원으로 오히려 10만원 환급이 발생한다.

다만 소득이 적은 임대인들은 소득세 세율이 40%보다 낮아 70% 공제율에도 환급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고소득 임대인들은 환급 웃돈까지 더 챙길 수 있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깎을 세금도 없는 저소득 임대인은 혜택 자체를 받기도 힘들다. 정부는 이런 까닭에 제도 도입 시 50% 이내 공제율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2005년에도 정치자금 기부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를 도입했지만 10만원 기부 시 11만원 환급이라는 불합리함 때문에 1년 만에 폐지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24일 “고소득 임대인은 소득세 한계세율이 높아 세액공제 확대 시 다른 임대인들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세 감면 방식도 결국 정부 돈으로 해결한다는 것인데, 예산 마련의 어려움이 있어도 임차인 직접 지원 등 재정 지출로 대응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신재희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