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23일 밤 경기도에 사는 부모님에게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크리스마스 연휴 때 부모님 댁을 찾아뵈려던 일정을 취소해야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다. 경기도민은 직계가족이라 해도 5인 이상 모임에 참석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24일 “서울시가 지침을 바꿔 직계가족은 집합금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줄 알았는데 경기도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니 너무나 혼란스럽다”며 “가족모임까지 찾아와 단속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혹시라도 역학조사 대상이 돼 방역 조치 위반 사실이 드러날까 걱정돼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매번 이렇게 탁상행정식 땜질 처방만 내놓으니 시민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을 더 신뢰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 지난 23일부터 5인 이상 실내외 사적모임 집합금지가 시행됐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방자치단체 간 상이한 세부지침 때문에 혼선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A씨는 고민에 빠졌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오빠네 집 아이를 돌봐주던 친정어머니가 건강 문제로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아이를 데리고 가면 오빠네 식구에 엄마까지 6명이 되는데, 오빠네 부부가 모두 출근한 이후에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빠 부부가 출근 전에 도착하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추운 날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A씨는 “저녁 먹고 있다가 오빠가 퇴근하면 바로 집 밖으로 쫓겨나는 것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울에 사는 30대 주부 박모씨는 고향인 경남 남해에 내려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서울시가 전날 집합금지 명령을 변경하면서 다시 내려갈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에는 부모님이 만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가용으로 이동한다 해도 휴게소 등 다중이용시설에 들르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감염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박씨는 “연말에 가족조차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시는 다음 달 3일까지 주요 번화가 음식점을 돌며 ‘5인 이상 사적 모임 집중 단속’을 시행할 방침이다. 단속에는 서울시·자치구 공무원과 경찰, 생활방역사 등 총 1500여명이 동원된다.
최지웅 오주환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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